황장엽씨 거처 파악 집요하게 시도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7분


원정화 “만나고 싶은데 지금 어디 사시는지”

南정보요원 - 탈북자동지회 등 다각도 접촉

합동수사본부 수사 결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탈북 위장 간첩 원정화 씨를 통해 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내다 북한을 탈출해 남측에 귀순한 황장엽(사진) 씨의 소재를 집요하게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 씨는 2006년 5월 중국에 있는 보위부 간부 김모 씨로부터 처음으로 황 씨의 거처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해 4월 탈북자 김모 씨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 인권 현실을 지적한 것을 본 보위부 간부는 “이 새끼는 조국을 배반하고 남한에 갔으면 조용히 살지 조국을 팔고 다닌다. 황장엽이나 이놈은 불에 태워 죽여야 한다”면서 황 씨의 거처 파악을 지시했다.

이후 원 씨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황 씨가 거주하고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같은 해 6월 원 씨는 인터넷을 검색해 황 씨가 탈북자동지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사무실의 전화번호를 파악했다.

원 씨는 탈북자동지회 김모 부회장을 만나 “우리 집안이 북한 고위 간부와 사돈이 된다. 황 씨를 만나면 그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꼭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으로부터 “황 씨를 죽이겠다고 폭탄을 갖다 놓고 간 적이 있어서 경호원들이 보호하고 있다더라. 나도 거처를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원 씨는 우리 측 정보기관 요원도 이용했다. 한 정보기관 요원과 성관계를 가진 뒤, 원 씨는 지나가는 말로 “황 씨가 지금 어디 있느냐”고 슬쩍 물었으나 그는 “그건 왜 알려고 하느냐.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탈북자후원회 팀장 김모 씨도 황 씨 거소 파악을 위한 수단이 됐다. 원 씨는 김 씨에게 “먹고살기가 힘들다”며 안보강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황 씨를 만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느냐”고 캐물었다. 그러나 역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핀잔만 들었다.

결국 원 씨는 다시 중국으로 가 보위부 간부 김 씨에게 “황 씨는 경호원 10여 명이 24시간 지킨다. 황 씨의 거처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보위부 간부는 “너는 왜 그렇게 요령이 없느냐. 마음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 황장엽의 위치를 찾는 데까지 찾아보라”고 거듭 지시를 내렸다. 북한 측이 황 씨의 소재를 파악해 보복을 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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