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표’에 상처입은 홍준표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눈을 감은 채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눈을 감은 채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내정했던 상임위원장 후보 3명 경선끝에 1승 1무 1패

19일 한나라당 몫의 상임위원장 3석을 놓고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나타난 ‘반란표’ 때문에 홍준표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적잖은 흠집이 생겼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주 남경필(통일외교통상위원회) 고흥길(문화체육관광위원회) 최병국(정보위원회) 의원 등 11명을 상임위 및 특위 위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그러나 박진 의원이 “제대로 된 상의 없이 인선됐다”고 항의하는 등 의원 3명이 불복을 선언하면서 경선을 치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소속 의원 172명 가운데 156명이 참가한 이날 경선 결과는 ‘진짜 패배자는 홍준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예상 밖이었다. 홍 원내대표가 인선한 후보가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여당에서 내정된 위원장 후보가 경선에서 뒤집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문광위원장 내정자인 고흥길(3선) 의원은 정병국(3선) 의원보다 37표 많은 96표를 얻어 비교적 수월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박진(3선) 의원은 통외통위원장 내정자인 남경필(4선) 의원을 81 대 75표로 꺾었다.

정보위원장 경선에선 최병국(3선) 의원이 어렵사리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어정쩡한 승자’가 됐다. 최 의원은 권영세(3선) 의원과 같은 78표를 얻었지만, ‘동수일 때 다선·연장자 우선’ 규정의 도움을 받아 ‘턱걸이’로 당선된 것.

더욱이 최 의원이 얻은 78번째 표는 무효 논란까지 불렀다.

A 의원의 투표용지에 찍힌 도장은 최 의원 칸에 6분의 5, 권 의원 칸에 6분의 1 정도가 걸쳐 있는 바람에 ‘무효 처리’도 가능했다. 무효라면 승자는 권 의원이다. 이 때문에 “표심(票心) 만으로 치자면 홍 원내대표가 1승 2패”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의 고전은 지난 3개월간 원 구성 협상에서 홍 원내대표가 보여준 리더십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민주당을 상대로 노력했다’는 평가와 함께 ‘독단적으로 원내전략을 세우고, 민주당에 지나치게 양보하며, 인사권 행사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원내대표단 및 정책위의장단 소속 의원 20여 명은 이달 초 별도 모임을 갖고 “원내대표의 위원장 인선을 적극 지지한다”는 결의를 다졌지만, ‘경선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이날 선출된 3명을 포함해 한나라당의 상임위원장 후보자 11명은 앞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선출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사진부 박경모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사진부 박경모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사진부 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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