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인권증진법, 전시용에 그쳐선 안 된다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한나라당이 어제 북한 주민과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데 정부가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북한인권증진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허울 좋은 햇볕정책에 밀려 법안은커녕 공론화조차 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큰 진전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민적 각성과 개선 지원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법안은 북한 주민의 생존권 확보와 인권증진 노력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그 대상을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에까지 확대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북의 인권탄압 관련자 명단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김, 노 정부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귀환 문제에도 소극적이었다. 중국의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까지 찾아온 탈북자조차 받아주기 꺼려해 국제사회의 지탄도 자주 받았다.

더욱이 노 정부는 2003년 4월 유럽연합(EU) 주도로 유엔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처음 채택할 때 표결에 불참했고 이어 2004, 2005년 잇달아 기권했다. 2006년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때는 찬성표를 던졌다가 2007년 다시 기권했다. 그해 10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노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 외교통상부는 “찬성하자”고 건의했으나 노 대통령이 북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묵살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 “북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행위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식 견해를 밝혔다. 북한도 유엔에 가입한 독립국이어서 주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보면 부끄럽다. 미국은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탈북 망명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 법의 효력을 2012년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한다.

북측의 강한 반발과 입법과정에서 일부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나, 그렇다고 법안 통과를 늦추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 야당들도 입법 취지에 공감함으로써 북에 일관된 인권 존중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아울러 전시용 법에 그치지 않도록 꼼꼼하게 실행방안을 짜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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