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동아일보 말바꿨다”…신문도 제대로 안 읽고 왜곡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촛불피해 상인들 손배소 위임장 접수‘바른시위 문화 정착 및 촛불시위 피해자 법률지원 특별위원회’ 관계자들이 15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부근에서 인근 상인 및 시민들로부터 촛불시위 피해 관련 소송 위임장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촛불피해 상인들 손배소 위임장 접수
‘바른시위 문화 정착 및 촛불시위 피해자 법률지원 특별위원회’ 관계자들이 15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부근에서 인근 상인 및 시민들로부터 촛불시위 피해 관련 소송 위임장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 KBS 심야토론서 광우병 관련 억지 주장

《“많은 누리꾼이 광우병 괴담의 배후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로 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오면서 정부를 공격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자 바로 말을 바꿨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13일 KBS ‘심야토론’에서 “동아일보가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정권이 바뀌자 말을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보도 5월 21일자에서 “동아일보가 2001년, 2007년 사설에서는 광우병에 대해 엄중 경고했는데 이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광우병 괴담의 배후’라거나 ‘말을 바꿨다’는 것은 전후 맥락을 무시한 근거 없는 왜곡이다. 동아일보는 사설과 기사에서 광우병이 위험한 병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가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광우병이 위험하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을 바꾼 적도 없다. 동아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전부가 ‘위험물질’인 것처럼 선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고 주장한 적 없다=백 의원은 ‘심야토론’에서 “‘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고 선동하는가’가 2008년 4월 24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이지만, 2007년 3월 23일 1년 전에는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미영국인보다 더 취약’ 이게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이었다”며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의원의 발언은 팩트(fact)가 틀렸다. 앞의 것은 사설이지만 2007년 3월 23일자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는 동아일보 자회사인 동아사이언스가 매주 자체 제작하는 동아일보 과학면에 실린 기사이다. 동아일보의 견해를 밝히는 ‘사설’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인 유전자와 프리온 질병 감염의 상관관계를 다룬 한림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소개한 내용이다. 동아사이언스 측은 “과학기사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객관적으로 보도할 뿐 ‘입장’을 반영해 작성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몇 편의 연구논문만으로 특정 질병의 원인이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므로 과학계 내에서 수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구나 백 의원이 언급한 사설 ‘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고 선동하는가’는 ‘미국 소=광우병 소’라고 선동하는 행위를 지적한 것이지,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고 한 게 아니다. 이런 사설과 동아사이언스의 기사를 대비해 말을 바꾸었다고 한 백 의원의 발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도적인 왜곡일 뿐이다.

본보는 15일 밤늦게까지 백 의원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자협회보가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입장을 바꾸었다”고 언급한 2007년 7월 13일자 ‘미국산 늙은 쇠고기 한국만 먹는다고?’도 ‘주간동아’가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 문제를 다룬 기사였다. ‘주간동아’ 기사를 동아일보의 견해를 담은 ‘사설’로 왜곡한 셈이다. 기자협회보가 언급한 2001년 사설도 일본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동아일보 광우병 언급 사설=2001년부터 2008년 7월 15일까지 동아일보 사설에서 ‘광우병’이 언급된 것은 모두 75건이다. 그중 최근 촛불시위나 정치적인 이슈 관련 사안 등을 제외하면 2001년부터 올해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실제로 광우병 문제를 다룬 사설은 7건이었다.

사설 내용은 2001년 초 유럽에서 광우병 파동, 2001년 9월 일본에서 광우병 의심 소 첫 발견,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 소 발견 직후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해외에서 실제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대책을 촉구하는 것은 언론사의 당연한 책무다.

2007년 4월 5일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통제가 가능한 국가’로 예비 판정했고, 5월 말 총회에서 이를 확정하는 만큼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기준에 따라 광우병의 위험 정도를 판정한 결과를 수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2일자 ‘한미 FTA 반대세력의 희한한 주장들’과 7월 16일자 ‘소비자 선택권 빼앗는 쇠고기 반미(反美)’ 사설에서는 “FTA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영혼까지 퍼 주는 협상’이라고 표현하거나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국민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강제로 먹게 된다’고 선동까지 하고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처럼 노무현 정권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OIE의 과학적 판정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말을 바꾼 적도 없다.

▽광우병 관련 신중한 보도=동아일보는 2001년 2월 21일자 ‘광우병 무서워서 쇠고기 안 먹는다고요?’ 기사에서 “쇠고기를 먹어서 ‘인간광우병’(vCJD)에 걸리는 것보다 고기의 탄 부위를 먹어 암에 걸릴 확률이 최소 수만 배 더 높다”며 “세계적으로 8초마다 한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담배는 끊지 않으면서 vCJD를 우려해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썼다.

이처럼 동아일보는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정부의 신중한 대책을 주문하면서도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균형을 잃지 않았다.

같은 해 2월 3일자 ‘옴부즈맨 칼럼’에서 성경륭(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지냄) 한림대 교수는 “질병에 관한 보도는 자칫 잘못하면 불필요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역기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의 광우병에 관한 일련의 보도는 양적 질적으로 충실하게 보도하면서도 기사 내용과 제목에서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처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썼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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