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재오 ‘거취고민’… 손학규 입지약화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대선 완패에 이어 총선에서도 큰 격차로 떨어짐에 따라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정 후보가 당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서울 동작을에 전략 공천될 때만 해도 한나라당의 이군현 후보를 누르고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몽준 의원으로 후보를 전격 교체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그의 정치적 역량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또 서울 남부벨트를 책임지겠다는 당초의 공언과 달리 자신의 선거구에만 묶여 당으로서도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다.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정동영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고 원외 인사들이 비례대표 후보에 들지 못한 것도 그를 궁지로 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낸 한나라당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정치적 기로에 섰다.

당초 이 의원은 4선 등극이 유력했으나 대선에 출마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이 의원의 서울 은평을에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내걸고 도전장을 내면서 판세가 역전됐다. 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친박연대 후보가 사퇴한 것도 문 후보와 2파전을 벌인 이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때 이명박 정부의 ‘인사파동’ 등으로 수도권 민심이 악화되자 이 의원은 당내 친이계 소장파와의 공감하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동반 공천 반납’이라는 ‘거사’를 모색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이 의원의 낙선은 한나라당의 당권 경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 같다. 이 의원은 당분간 향후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기 위한 ‘칩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손학규 공동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석패함에 따라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대표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고전이 예상됐다. 그럼에도 기득권을 버리고 살신성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낙선 자체를 정치 생명과 연결짓기는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당이 80석 이상을 확보한 만큼 난파선을 떠맡은 선장 역할을 그런대로 잘 수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지역구 낙선 자체는 어떤 식으로든 손 대표의 입지를 좁힐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또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총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수도권 386 의원들이 대거 떨어진 점도 당내 입지를 축소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본격화될 당권 경쟁에서 정세균 의원, 추미애 전 의원 등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천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옛 민주당계와의 관계 설정도 숙제로 남게 됐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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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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