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위 관계자는 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이겼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며 “항상 국민의 선택이 무겁고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결정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겠지만 150석을 넘기면 (원내 교섭 및 협상 과정에서) 결국 안정 과반 의석을 얻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김광림(경북 안동) 강길부(울산 울주) 당선자 등 ‘순수 무소속’ 당선자들은 언제라도 한나라당에 들어와도 (기존 의원들과) 의정 활동을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는 한나라당이 과반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친박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연대’ 당선자가 아닌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무소속 후보들을 영입해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선거 결과를 보고받았으나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청와대 내 관저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향후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힘 있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데 어느 정도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규제 완화, 공공부문 개혁 등 핵심 정책과제 대부분은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는 입법 사항”이라며 “앞으로 당-정-청 간 유기적 협조 속에 야당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당초 계획보다 ‘정치적 비용’이 더 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