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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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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구상 모호해 혼선 우려
북한을 덜 자극하면서 교류협력을 확대하려 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은 분단 상황을 어느 정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으나 통일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미비한 점이 적지 않았다.
우선 북한의 핵무장은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을 파괴한 것은 물론 한국 주도의 자유민주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점에서 햇볕정책은 실패했고, 또 분단고착적이었다. 무원칙한 남북 교류와 퍼주기식 대북 지원, 북한 인권에의 침묵 등은 북한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또 대북 저자세는 북한 측이 우리를 얕보게 만들었고, 당당한 남북협상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햇볕정책은 통일지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초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햇볕정책 과정에서 등한시된 ‘통일지향성’을 회복 또는 강화하는 것을 대북정책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은 통일과정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반도 상황에 따라선 반통일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새 정부는 평화협정이라는 허울보다는 ‘실질적인 평화’ 정착에 주력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교류협력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비핵 평화’ ‘대남혁명 전략이 중단된 평화’ ‘내정간섭 없는 평화’를 말한다. 비핵은 한반도 평화의 가장 중요한 조건일 뿐 그 전부가 아니다. 비핵화만 되면 모든 것을 다 준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새 정부가 제시한 ‘비핵개방3000’ 구상에서 개방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또 개방의 평가 지표는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할 경우 정책의 혼선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의 실천 조건에 대한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또 비핵 개방이 실현되지 않는 시나리오에 대한 세부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대북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대화와 협상, 교류협력, 지원 등이 동원된다. 그러나 모든 통일이 선이 아니듯이 모든 대화, 교류, 지원이 다 선은 아니다. 만남 자체를 위한 대화나 ‘고비용 저효율’의 교류 대신 ‘좋은’ 대화, 교류와 지원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인권 개선-체제 정상화 끌어내야
통일지향성은 민족공동체 형성 촉진 여부와 관련이 있다. 공동체는 체제가치의 유사성이 확보될 때 가능하다. 여기서 북한 인권 개선과 국가정상화(체제 민주화)란 정책과제가 도출된다. 만일 이전 정부처럼 북한 인권 문제에 미봉적으로 대처한다면, 반통일적·반민족적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새 정부는 국군포로·납북자 대책,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북한 인권 개선 국제 네트워크 형성 등 다양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산가족 및 탈북자 문제 등 인도적 현안은 남북 간 의사소통, 거주지 선택(혹은 귀향)의 권리 등 인권의 관점과 더불어 분단 고통 해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요컨대 이명박 정부는 평화와 인권 및 개방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터 잡아 실효성 있는 통일지향적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대북정책이 국민적 지지와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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