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밝히는 ‘5년후 인수위는 이렇게’

  • 입력 2008년 2월 23일 02시 59분


《22일 해단식을 끝으로 58일간의 활동을 마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처음 인수위 활동을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아 열심히 일한 만큼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 주지 못해 아쉽다”며 5년 뒤 새 정부 인수위에 다양한 제언을 했다.》

[1] 인수인계 매뉴얼 만들자

인수위 업무소개 40쪽 달랑… 시행착오 위험 커

인수위는 새 정부가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가자 대부분이 경험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는 평소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인수인계에 큰 문제가 없지만 정권에 따라 정책과 사람이 모두 바뀌는 대통령제는 인수인계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매번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백성운 행정실장은 “처음 인수위를 구성했을 때 업무에 참조하기 위해 매뉴얼을 요청하자 행정자치부가 인수위 업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놓은 40쪽짜리 책 한 권을 줬다”며 “50여 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일정별로 인수위가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놓은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변인실 한오섭 전문위원은 “정부가 대선 전에 업무 인수인계를 준비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도움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2] 각료 후보 참여해야 효과

인선 미리 끝내고 차기장관 될 사람이 인수해야

우리나라는 선거 승리 이후 인수위를 구성하다 보니 두 달여간의 인수위 중 인선하고 업무를 익히는 데만도 보름 이상 걸린다.

미국에서는 선거 전에 미리 예비인수위를 구성하는 게 관례다. 케네디 대통령은 대선 3개월 전부터 ‘대통령 당선인을 위한 비망록’을 청취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대선 7개월 전부터 선거캠프 이외에 별도의 정권인수팀을 운영하며 ‘레이건 행정부 최초 100일 계획’을 수립하라고 집권준비기획단에 지시했다. 기획조정분과 박형준 인수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취임 전 예비인수위팀을 꾸리는 게 금기시되어 있는데 미국처럼 인수위 조직과 업무과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준비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인 문형욱 국제전략연구원(GSI) 선임연구원은 “부처별로 차기 장관이 될 사람이 직접 그 부의 현직 장관과 협의해 인계받는 것이 효과적이다”라며 “선거 전에 차기 내각 풀을 정해 이들이 인수인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3] ‘명함용 자문위원’은 퇴출

비상임 인사들 부적절 행동… 보안 유지에도 문제

인수위원들은 이번 인수위에서 자문위원들이 이름을 팔아 부동산 고액 컨설팅을 하고, 공무원에게 점심 접대를 받는 등 행태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엄격한 인수위 구성을 당부했다.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맹형규 의원은 “이번 인수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출근도 하지 않는 비상임자문위원이 대선의 공을 내세워 자리를 얻은 뒤 이름만 팔고 다녀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인수위를 기웃거리다 들은 설익은 정책을 흘려 정책에 혼선을 준 것이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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