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장관이 중심이 돼서 공직 사회의 문화를 변화시켜야 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각료 후보자-대통령실 합동 워크숍에서 대대적인 공직 사회 혁신을 예고했다. 단순히 “달라져야 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변화시켜라”고 주문하고 나선 것. 공직 사회는 이를 ‘제2의 전봇대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사무실 배치부터 바꿔라”
이 당선인은 “공직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면 사소한 것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며 사무실 배치부터 문제 삼았다.
그는 “지금 자리 배치는 너무 전통적인 공직사회의 기준으로 되어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한 뒤 “사무실 배치를 다시 하면서 장관, 1급 이상 등부터 글로벌 기준에 따라 바꿔 보라. 어느 장관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일류기업, 공직사회, 지도자들을 찾아가 보면 시각적으로 ‘조직이 살아 있다’ ‘효과적으로 자리 배치를 했구나’란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공직 사회의 변화는 확실한 국정 목표를 가진 장관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관 후보자) 여러분이 효율적으로 변하면 산하 기관이 자동적으로 변하고, 16개 시도 조직에 변화가 오고, 산하 기초자치단체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공직사회 문화를 바꾸자고 하면 지침을 내려 보내는 것이 관례인데 그런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한 지방의 기초자치단체에 갔더니 청사가 서울시청보다 호화스러운데 매우 비효율적이더라”며 각 부처가 솔선수범해 허리를 졸라맬 것도 주문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장관들이 뚜렷한 국정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밑에서 올라오는 업무에 따라서 결재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가면 거기에 몰입될 수 있다”며 “장관들이 각자의 목표대로 공직자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청계천이라는 환경이 주는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변화하는 것처럼 장관이 환경을 바꾸면 공직 사회로 파급된다”고도 말했다.
○ 소주 폭탄주 돌리며 단합의 시간
이 당선인은 “디지털 시대에는 월 단위의 계획은 맞지 않는다”며 세부적인 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월초, 주말, 내달 초쯤의 용어는 맞지 않다. 하루 단위에도 오전, 오후로 더 세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정치는 예외다. 정치가 그렇게 논리적으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새 정부는)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까 국무위원과 정부가 준비를 단단히 해서 한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만들고, 서민을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에 (정부 조직을 슬림화하려고) 마음이 급한데 (조직 개편안이) 매끄럽지 않은 방식으로 나가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 당선인은 워크숍 첫날인 전날 밤 토론을 마친 뒤 워크숍장 구내식당에서 참석자들과 한 시간 동안 소주, 폭탄주를 돌리며 단합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전에는 17일 수석비서관 내정자들과의 워크숍처럼 50분 동안 대운동장 트랙(350m)을 빠른 걸음으로 15바퀴 돌았다. 참석자 중 상당수가 쫓아오지 못하자 이 당선인은 일곱 바퀴를 돈 뒤 “이제 방향을 바꿔 반대 방향으로 돌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뒤처진 사람을 위한 배려’(이동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였다고 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