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14, 15일 무슨 일이 있었기에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일부 부처 절충” → “안되겠다” → “협상 원점”

孫대표 ‘타결’ 일부 보도에 金원내대표 면박

金원내대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불만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14일 오후 한나라당 및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대통합민주신당 협상단은 당초 유연한 태도로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날 밤늦게까지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등 복수 채널을 통해 막판 쟁점 절충을 시도했다.

쟁점은 해양수산부와 여성가족부의 존폐.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둘 다 폐지를, 대통합민주신당은 둘 다 존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해양부 폐지, 여성부 존치’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한때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 설명을 종합해 보면 실제 협상 과정에서 절충안이 합의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3개 부처(농촌진흥청 포함) 존치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부위원장) 이야기만 들었지 끝까지 ‘OK’ 사인은 주지 않았다. 저쪽에서 ‘해양부만 폐지해서 국토해양부를 만들어 주면 다른 안(여성부 폐지)은 양보하겠다’고 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여성부는 협상이 가능한 부분이고 해양부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해양부 이야기는 한 적이 없고 여성부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양당에서는 협상 온건파인 김 원내대표와 유 위원장이 확답은 안 했지만 일단 여성부를 살릴 수 있다면 협상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15일 오전 최고위원회 보고 후 답을 주기로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날 새벽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유 위원장에게 “(여성부 협상이) 안 되겠다”고 전화를 걸면서 뒤집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안 원내대표는 여성부 존치 쪽으로 이야기했으나 이 당선인이 ‘여성부를 예정대로 통폐합하되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될 양성평등위원회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요구했다는 것.

유 위원장이 이를 최고위원회에 보고하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전 최고위원들은 “야당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격분했다.

이와 함께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일부 언론에 ‘여성부 존치, 해양부 폐지로 정부조직 개편안 타결’ 기사가 나가자 김 원내대표에게 “마음대로 해양부 폐지를 합의해 줬느냐”며 공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최고위원회의는 설상가상으로 김 원내대표가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던 해양부 폐지 문제도 원점으로 돌려놨다.

손 대표는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 이번 주말 부산 여수 광양을 방문해 해양부 존치를 바라는 분들의 염원이 무엇인지 여론을 듣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의 강경 발언은 또다시 한나라당 협상단을 자극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 대표가 김 원내대표의 권한을 제약하고 있다”면서 “손 대표가 오늘 아침 해양부 문제를 들고 나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공격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 협상은 이 당선인과 손 대표가 해야 한다. 이런 일에 대표(손 대표를 지칭)가 나서는 게 잘못된 일이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손 대표가 워낙 강경하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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