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建은 문제없을 텐데 사회 혼란 걱정스럽다”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가운데)과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해 굳은 표정으로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오른쪽)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가운데)과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해 굳은 표정으로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오른쪽)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숭례문 화재현장 찾은 李당선인

정치권은 11일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된 것과 관련해 “나라가 무너지는 비통한 심정이다. 정부의 문화재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전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화재 현장을 방문해 상황 보고를 받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굉장히 높은데 어떻게 사람이 올라가 불을 붙였느냐. 의도적이고 전문가 아닌가. 상당히 계획적인 것 같다”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또 숭례문의 설계도면을 꼼꼼히 보며 “어떻게 불을 붙였는지 알았으면 일찍 진화했을 텐데, (소방관이) 구조를 몰랐겠지”라며 “숭례문을 중건(重建)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텐데 화재가 났으니 국민 가슴이 아플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벽에 깜짝 놀라 현장으로 가 숭례문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며 “책임 있는 정치를 통해 국민의 재산과 인명이 보호받고 우리의 문화유산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배숙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문화재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타깝고 비통하기 그지없다”며 “소방 당국의 오판과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철저히 화재 원인을 규명한 후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병국 홍보전략본부장은 “그동안 문광위에서 지속적으로 목조문화재 관리 문제를 제기했고 방재시스템의 단일화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참여정부에서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다”고 정부의 문화재 관리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날 긴급히 열린 국회 문광위 전체회의에서는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 유홍준 문화재청장, 라진구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등을 상대로 관계 기관들의 안이한 대응 태도에 대한 추궁이 많았다.

한나라당 김학원 의원은 문화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시민이 “숭례문이 방화에 취약하다”고 경고한 글을 소개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하느냐. 이래도 여기 나온 분들이 죄인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청래 의원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숭례문을 개방한 것을 거론한 뒤 “서울시의 전시행정, 보여 주기 행정이 빚은 참사로 이 전 시장과 오세훈 시장에게 1차 책임이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 의원은 “숭례문이 아파트만도 못하냐”면서 “아파트에도 야간 경비를 세우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국보 1호는 오후 8시 이후 관리인이 없느냐”고 따졌다.


▲ 영상 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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