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장관없이 가야할 판”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당선인측 “대통령 거부권 마땅한 대책 없어”곤혹

‘없어질 부처 빼고 인선뒤 新직제로 재임명’등 검토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밝히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장관을 임명하지 못한 채 새 정부 출범을 맞을지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노 대통령 회견 직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당선인은 일단 노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측을 ‘긴 호흡’으로 설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노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까지는 현직 대통령인 만큼 정부조직 개편안 관련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면 우리로선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국회의원들이 개편안의 진의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꾸준히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다면 새 정부 출범 전이라도 정부조직 개편 관련법을 확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의 ‘뻣뻣한’ 자세에 비춰 이 같은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이 당선인 측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 당선인 측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비해 다양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정부조직 개편 불발 시 현 정부 직제에 맞춰 일단 내각을 인선한 뒤 18대 국회 개원 직후 다시 조각에 준하는 개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이럴 경우 장관으로 임명된 인사들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각 부처에서 기득권을 갖게 돼 개편안에 따른 조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현행법 직제를 따르되 개편안을 염두에 둔 장관직만 임명하고 나중에 개편안이 통과되면 이에 맞춰 새 직제대로 임명 절차를 밟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예컨대 통일부 흡수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는 외교통일부의 경우 일단 현 직제대로 외교통상부 장관을 임명했다가 개편안이 통과되면 외교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것. 이 경우 통폐합될 통일부 장관은 따로 임명하지 않고 간다는 얘기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제공 : 인수위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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