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파행 불가피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盧대통령 “국회 통과해도 법안 서명 않겠다”

인수위 “퇴임 앞둔 대통령의 유례없는 억지”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서명할 수 없다고 공개 선언하고 나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조직 개편과 내각 구성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견해 표명에 대해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고 억지를 부리며 협조해 주지 않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개편안 고수 방침을 분명히 함에 따라 새 정부가 장관을 임명하지 못한 채 파행 속에 출범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제공 : 인수위,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가치를 담은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하는 게 맞다. 참여정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은 새 정부 출범 후에 하기 바란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통일부 등 부처 통폐합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한 뒤 “참여정부가 공들여 만들고 가꿔 온 철학과 가치를 허물고 부수는 것에 서명하는 것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정부에 이송하더라도 서명 공포하지 않고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뜻이어서 새 정부의 조각(組閣)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떠나는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을 왜 이토록 완강히 가로막으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마지막까지 소모적 부처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소수의 집단이기주의와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포퓰리즘 행태에 집착하는 데는 혹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퇴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이 차기 정부가 할 일에 시비를 걸며 이토록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꼴”이라며 “갖가지 이유를 들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라는, 선동가의 모습 같다”고 비난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이 지적하고 걱정하는 게 많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고 노 대통령을 옹호한 뒤 “(다만) 대통령의 지적은 유의미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국민이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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