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盧대통령 간섭 부적절”… 靑 “지도자로서 자세 의문”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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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대표 “물러가는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孫대표 “물러가는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신당 vs 청와대 충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의 불똥이 청와대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겨 붙었다.

청와대가 22일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이후 ‘친노(親盧·친노무현) 색깔 빼기’에 주력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 체제의 대통합민주신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23일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비판하자 청와대는 “지도자로서의 자세가 의문스럽다”(천호선 대변인)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통합민주신당 우상호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청와대 대변인이 마치 손 대표가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개편안을 찬성한 것처럼 정체성까지 문제 삼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권한을 지키려는 노 대통령과 ‘탈(脫)노무현, 탈열린우리당’ 전략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손 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손 대표가 이처럼 노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인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탈노무현’ 전략을 확고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對) 청와대+대통합민주신당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를 접했는데 이것은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도 전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는 듯한 발언으로 논의의 흐름을 왜곡해선 안 된다”며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천 대변인은 “손 대표의 정부조직에 대한 철학은 뭔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는 게 부당하다고 했는데 과연 정치 지도자로서 충분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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