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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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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108명의 초선 의원을 당선시켰다. 초선 의원들은 그해 5월 말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중국식 코스요리를 먹으며 의기양양하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들의 보무는 당당했지만 당내에서는 그리 환영을 받지 못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목청을 높이는 이들 앞에서 당 지도부는 망연자실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초선 의원은 “선배 의원들이 초선 군기 잡겠다고 하면 물어뜯겠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그해 노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쉽게 국회의원이 됐다는 뜻에서 ‘탄돌이’라고도 불렸고 108명이어서 ‘108번뇌’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 안팎에서는 “2008년 18대 총선이 닥쳐야 이들이 ‘국회의원 되기’의 험난함을 알 것이다”는 탄식이 나왔다. 어느덧 18대 4·9총선이 90일도 남지 않았다. 108명이나 되던 초선 의원은 몇 차례 탈당과 합당,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거치며 100명이 채 남지 않았다. 살아 돌아올 가망성이 낮은 곳으로 나가야 하는 이들의 머릿속은 번뇌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해체된 386 초선 그룹=‘탄돌이’ 중에서도 386의원은 1980년대 운동권 출신 20명가량을 포함해 30여 명이다. 이들은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승리’의 경험을 안고 정치개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 4년간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386 초선은 지난해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확연히 갈렸다.
기존의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 외에, 우상호 조정식 의원은 손학규 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지지했다. 최재성, 이인영 의원은 어느 경선 후보의 편도 들지 않고 당내 중립 세력으로 남았다. 정청래 의원은 일찌감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지지했다. 대선 참패 이후 중립 지대에 있던 최재성 의원은 손 대표의 그늘로 들어갔다. 손 대표 주위에는 현재 이들 386 의원 및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사실상 친위그룹화 한 상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탈당으로 중심을 잃은 친노 386 의원들은 진로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이들 386 초선 의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17대 대선의 지역구별 득표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서울과 수도권 386 초선 의원 중 18대 총선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의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386 초선들은 대선 패배 책임론의 주요 대상이 됐다. 현 정부 5년의 각종 실정(失政)과 어그러진 당청 관계, 잇따른 선거 패배와 당내 갈등 국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많다.
1980년대 사회주도세력으로 야심차게 정치권에 발을 디뎠지만 미래를 잉태하지 못한 채 자칫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수도권의 한 386 의원은 “청와대에서 국정을 농단하던 일부 386들과 정치권 386 의원들을 동일시하는 것은 억울하다. 청와대에서 오찬, 만찬 할 때 당의 젊은 의원을 불러준 적도 없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386으로 대표되는 민주·평화·인권의 근본 가치와 노선까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초선들 살길 찾기=충북은 지역구 8곳이 현재 모두 대통합민주신당 차지이고 이 중 초선이 6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유신당(가칭)에 호의적이다. 증평-진천-괴산-음성의 김종률 의원은 자유신당의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
민병두 박영선 김현미 등 주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 많은 정동영계는 대선 참패 이후 총선과 관련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들은 총선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구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80%대의 득표를 몰아준 호남의 초선들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벼운 편이다.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호남에는 대통합민주신당 현역 의원, 즉 탄돌이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며 대통합민주신당 초선 의원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적 쇄신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호남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도 이들 초선 의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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