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주요 개혁과제]<3>대북정책 개선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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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전문가 55명은 차기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로 교육개혁과 정부개혁에 이어 대북정책 개선을 꼽았다. 동아일보가 정치 행정 외교 안보 경제 교육 복지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선정해 이들로부터 받은 설문을 취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대북정책과 관련해 지금과 같은 첨예한 정치적 대립이 존재하는 한 국민통합을 통한 초당적 대북정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들은 ‘깐깐한 포용정책(tough engagement)’이라는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주면서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는 식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현 대북정책의 문제점=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10년 동안의 ‘포용정책’이 상시적인 남북 교류협력의 기틀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10월 핵실험을 막지 못했고,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으며, 경제협력이 일방적인 대북 지원에 그쳤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강성윤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0년간의 대북정책은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남남갈등을 심화시켜 국력 낭비를 가져왔다”며 대북정책의 총체적 재검토를 제안했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대북 포용정책의 핵심은 경협을 통한 적극적 지원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서게 하자는 것이었지만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발사와 그해 10월 핵실험은 이 같은 대북 접근의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무엇을 해야 하나=북핵 폐기의 실질적 진전을 전제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핵 불능화와 완전한 신고가 이루어진다면 종전(終戰)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는 것이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우선과제”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임기 중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핵무기 폐기와 핵시설 해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내년 말까지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적다”며 “안보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 핵무기 폐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 원칙 확립과 관련한 제언도 있었다.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도 현재처럼 정부의 무상지원보다는 모니터링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와 연계한 지원이 이뤄질 때 구속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는 대북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에서는 물론 집행 과정에서도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극좌와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화를 통한 국제사회의 핵 문제 해결 노력을 끝내 거부할 경우 최후의 대안으로 정권교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북한 정권의 소멸과 통일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적 추진구조의 필요성=남북관계와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는 부서가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대북정책 유관부서에 대한 효율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공조를 다루는 외교통상부와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간 불협화음이 잦았다. 국가정보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을 망라해 기능이 겹치는 부분을 중심으로 부처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대선후보 대북정책 공약

이명박, 북핵 완전폐기후 지원… NLL 끝까지 고수

이회창, 국군포로-납북자 이슈화… 즉각 송환 추진

정동영, 제2·제3의 ‘개성공단’ 만들어 개방 유도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의 대북정책은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대북 지원을 통한 한반도 통합’이라는 방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추진 방법에 대해서는 후보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완전한 북핵 폐기가 먼저 이뤄져야 단계적인 경제 지원과 평화체제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대북정책 공약인 ‘비핵·개방 3000’ 구상도 북핵 폐기 이후 자금과 시설을 북한에 점진적으로 투자해 10년 뒤 북한 국민소득 3000달러를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북한에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해 풀어 나가겠다”며 정치적 갈등의 해법을 경제에서 찾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물 위의 군사경계선이기 때문에 통일이 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실장은 “북핵 폐기 없이는 북-미 관계 정상화도, 한반도 평화도 없다”며 이 후보의 공약을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박영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북핵 폐기 과정이 곧 남북 간 신뢰 구축의 과정인데 완전한 북핵 폐기 이후에야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대북정책은 국제 공조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상호주의’가 핵심이다. 북핵 폐기를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눈에 띄게 완화되면 북한 개발 계획을 세워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선(先) 긴장 완화, 후(後) 교류 협력’이 원칙이다.

이 전 총재는 특히 남한이 북한에 지원해 주는 만큼 개혁·개방을 요구하고 북한이 꺼리는 문제라도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이슈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즉각 송환을 추진하고 NLL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달 한 연설에서 “평화로 가는 길은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며 북한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전 총재의 정책이 “그동안 추진해 온 대북 포용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공들여 온 대화와 지원을 통한 북한의 변화 유도 전략을 포기하고 예전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기에 엄격한 상호주의는 효과를 못 거둘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북핵 폐기와 대북 지원을 함께 풀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결과적으로 남북 국가연합을 완성하겠다는 것.

남북관계가 안정 단계에 접어들면 개성공단과 같은 산업단지를 북한 곳곳에 추가로 만들고 북한이 국제 경제체제 속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NLL 재설정 문제나 북한 인권 문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씩 풀어 가야 한다는 태도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대북 지원 자체를 북핵이나 인권 문제와 연계하지 않는 대북정책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중에는 정 후보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선순환적인 남북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경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남북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대북 지원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평화경제 해상특구’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한미 군사동맹을 해체해 한반도 평화를 확보하고 2008년까지 종전(終戰)선언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차기정부 주요 개혁과제〈1〉교육개혁
- 차기정부 주요 개혁과제〈2〉정부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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