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7개 연구소 ‘盧정부 5년’ 평가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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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5년은 ‘잃어버린 시기’로 불릴 만큼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으며 ‘아마추어리즘과 오기’ 때문에 외교적 혼란을 겪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려대 학보인 ‘고대신문’이 9일 창간 60주년을 맞아 고려대 산하 평화연구소 경제연구소 교육문제연구소 정부학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일민국제관계연구원 북한학연구소 등 7개 연구소에 의뢰해 참여정부 5년을 평가한 결과다.

이들 연구소는 현 정부의 성과에 대해 5점 만점에 평균 2.7점을 매겼다.

○ “링컨을 존경하고도 닮지 못한 대통령”

고려대 평화연구소는 노 대통령을 ‘에이브러햄 링컨을 존경했지만 닮지 못한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소의 지은주 교수는 노 대통령이 정당과 언론, 국민 여론에 대한 태도에서 링컨과 같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해 사회의 분열과 반목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지 교수는 “링컨은 정당 내에서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반면 노 대통령은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존 정당을 버리고 창당을 감행했다”며 “노 대통령이 정당정치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평화연구소는 ‘언론 때문에 못 해 먹겠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망각한 일종의 ‘월권행위’라고 꼬집었다.

○ “노 대통령 한국 외교의 품위 손상”

외교 분야를 맡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은 대중, 대일, 대러 외교는 대체로 무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천명한 ‘당당한 외교’가 북한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대통령이 비타협적이고 감정적인 태도와 ‘막말’로 미국을 크게 자극함으로써 한국 외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며 “‘동북아 균형자론’도 현실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아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학연구소의 남상욱 교수는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남북관계를 이상주의적 관점에서만 접근했다”며 “현실적인 의견과 비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가상의 북한’을 상정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 “평등주의 교육정책이 위선적 평등 심화”

교육문제연구소는 “코드 인사로 교육부 장관이 수시로 바뀌면서 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해 결국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추겼다”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혹평했다.

특히 이 연구소는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교조화된 이념인 ‘평준화’에 집착하느라 교육의 질적 발전이 너무 저조했다”면서 “평등주의 정책 때문에 위선적 평등과 불평등만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경제 분야를 평가한 경제연구소는 노동 시장의 경직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반(反)기업 정서와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이 경제 의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과 같은 낮은 성장률로는 선진국 진입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또 노동문제연구소는 현 정부가 ‘주5일 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노동 기본권을 신장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청년실업 심화, 비정규직에 대한 대응 미숙, 노사정위원회의 파행 운영 등은 현 정부 노동정책의 어두운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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