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한나라와 싸우러 나온 것 아니다”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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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위에서 구호 외치는 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의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로 올라가 지지자 앞에서 주먹을 쥐고 “발로 뛰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책상위에서 구호 외치는 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의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로 올라가 지지자 앞에서 주먹을 쥐고 “발로 뛰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9일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면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선 후보의 대북관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변에서는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나중에 함께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나라당에 대한 모호한 자세=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 2층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한나라당과 싸우기 위해 (대선에) 나온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같이 간다”며 “우리의 목표는 정권교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 전 총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는 직접 대응하지 않은 채 “부당하게 모함하거나 중상모략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출마 철회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한 데 대해서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렇게 말했겠는가”라고만 말했다.

반면 이 전 총재는 이날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대북관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2년 서해교전 때 사망한 고 황도현 중사 유족의 경기 남양주시 자택을 방문해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가 매우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이 후보는) 경제가 제일 급하다고 하는데 경제의 밑바탕에는 국가안보가 있다”며 “외국 신용평가기관이 우리나라를 평가할 때 북핵과 남북관계를 제일 항목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이 후보의 인터뷰 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는데 햇볕정책은 개혁 개방과 연계하지 않은 대북정책”이라며 “정권교체가 되어도 햇볕정책을 승계하는 정권이라면 정권교체의 의미가 뭔가”라고 물었다.


▲ 촬영: 신원건 기자

▽달라진 이회창=이 전 총재는 이날 노타이에 잠바 차림으로 선대위 회의에 참석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지지자와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로 올라가 “국민이 보기에 이회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그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며 “앞으로 저를 총재라고 부르지 마라. 같이 뛰는 동지, 일꾼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지대에서 출발하겠다”고 외쳤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발로 뛰자” “아래서 위로” “창을 열자”는 구호를 외쳤다.

2002년 대선 때 이 전 총재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이 전 총재가 정말로 달라진 것인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촬영: 신원건 기자

▽대선캠프 발족=이 전 총재는 1997년, 2002년 대선 당시 도왔던 측근들을 중심으로 5개팀의 단출한 대선캠프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미니 캠프’를 구성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총재 캠프의 사령탑 격인 전략기획팀장에는 5선 의원 출신의 강삼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홍보팀장에는 이흥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조직팀장에는 김원석 전 경남도지사, 공보팀장에는 이영덕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정책팀장에는 윤홍선 전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수석이 임명됐다. 대변인실 행정실장은 이용관 전 대구일보 정치부장이 맡았다.

공석인 대변인 자리에는 구범회 전 한나라당 총재 언론특보, 2002년 대선 때 이 전 총재의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직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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