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잃어버린 10년, 신고하면 찾아 주겠다”는 대통령

  • 입력 2007년 10월 20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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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정권 출범 전인 1996년 56%이던 중산층 비율이 노무현 정권 4년차인 2006년엔 44%로 크게 줄었다. 그 대신 빈곤층 비율은 11%에서 20%로 배 가까이 늘었고 상류층은 20%에서 25%로 증가했다. ‘서민을 위한 정부’를 자처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오히려 중산층은 몰락하고 서민의 삶은 더 어려워져 계층 간 양극화만 심화됐다.

국민의 체감지수는 더 형편없다. 3월 본보의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55%가 스스로를 ‘저소득층 또는 빈민층’이라고 했고, 82%가 ‘5년 전에 비해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이 없거나 오히려 악화됐다’고 했다. DJ 정권 5년간 외환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국민이 노 정권 들어서는 아예 희망을 잃다시피 한 것이다.

국가 채무는 1997년 60조 원에서 2006년 말 283조 원으로 늘었다. 보증 채무 등을 포함해 사실상 국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가 1250조 원에 이른다. 가구당 8000만 원씩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4년간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5%로 세계 평균(4.9%)을 밑돌았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 국가경쟁력,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 국가 위상을 보여 주는 각종 지수도 하나같이 이 정권 기간에 후퇴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그제 벤처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잃어버린 게 있으면 신고하라, 찾아 주겠다”고 했다. 정말 현실을 몰라서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놀리기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민주개혁 세력이 지난 10년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무능했다”고 인정했는데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대통령이 어깃장이나 놓고 있다.

노 대통령은 말장난으로 실책을 덮으려 해선 안 된다. 잘못과 누적된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다음 정권이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라도 얻는다. 측근인 변양균, 정윤재 씨 비리만 해도 대통령은 “깜도 안 된다”고 했지만 권력형 비리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대통령은 흰소리 그만하고 약속한 대로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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