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오니 겹겹이 정치… 세상 잘 안보일까 걱정”

입력 2007-09-14 02:58수정 2009-09-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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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후보 뒤편에 ‘청풍(淸風·맑은 바람)’을 흘려 쓴 큰 글씨가 보인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중 청계천 복원 공사를 마친 뒤 고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동생인 서예가 진학종 씨에게서 “덕분에 청계천의 바람이 맑아졌다”는 찬사와 함께 이 글씨를 선물 받았다. 이훈구 기자
《“내가 대통령이 되면 많이 바뀔 것이다. 혁명적으로 힘으로 바꾸는 게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게 변화가 올 거다. 각 분야는 힘을 통한 변화가 아니라 자유로움 속에서 창의력과 능력을 발휘하며 경쟁하고 스스로 선진화된 규제를 만들어 갈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발적 변화’를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를 강조했다. 집권할 경우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를 관통하는 자신의 이 같은 철학이 2008년부터 ‘이명박 정부’에 그대로 투영될 것이란 얘기였다.

만난 사람들: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김차수 정치부장, 권순활 경제부장》

○“권력을 통한 변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

―대통령이 된다면 공무원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나.

“내가 대통령이 되면 과거 공무원에게 주어졌던 감독 권한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감독만 효율적으로 하고 공무원은 모두 민간서비스를 하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 관이 주도하고 감독하고 처벌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를 위배하는 공무원들은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재교육을 통해서만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나.

“작은 정부는 이미 여러 정권이 쓴 표현이다.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효율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국정 복지 모든 것이 복잡하다. 무능하고 경험이 없으면 국정을 이끌어가기 힘들다. 내가 혁명적으로 권력을 통해 변화시키지 않더라도 정부는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지난번 대선을 100일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변화를 많이 강조했는데 한나라당의 변화는 잘 진행되고 있나.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안 변하는 게 없기 때문에 우리도 그 변화 속도에 따라가야 하지 않겠느냐. 당이 무슨 개혁을 한다, 혁신을 한다는 과격한 표현들은 이미 우리의 귀에 익숙한 용어가 돼 버려 국민에겐 실감이 안 간다. 나는 평범한 용어로 꾸준히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과 혁신을 외쳤지만 결국 다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았느냐. 꾸준히 변화를 해서 어느 날 보니까 굉장히 많이 변해 있는,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다.”

―점진적인 변화가 이 후보의 평소 이미지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 생각인지 아니면 한나라당에 생각을 맞춘 것인지 궁금하다.

“기업이나 행정조직은 인위적으로 계획된 속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단체는 같은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업 행정 조직은 하나의 라인이지만 정치는 라인이 아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고 개별적인 의정활동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의 변화를 위해 선거대책위원장에 외부인사를 기용할 계획이 있나.

“그동안 외부 선대위원장 기용에 대해 부인해 왔지만, 사실은 외부에서 영입해 오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선대위를 기능 중심으로 하면서 상징적으로 외부인사를 선대위원장으로 앉히면 외연을 확대하는 관점에서나 당이 새로운 문화를 국민에게 보여 주고 있다는 관점에서 좋을 것으로 본다.”

―외부 선대위원장으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나.

“두 세 사람 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본인의 승낙을 받은 단계는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 불이익 절대 없을 것”

―7일 박 전 대표와 만났을 때 구체적인 합의내용 발표가 없었다.

“박 전 대표는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고 누차 얘기했는데 진심임을 확인했다. 나는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사람들에게) 불이익 줄 사람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다. 걱정 안 해도 된다. 내가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뭘 합의했느냐고 묻는데 같은 당원인데 그게 왜 필요한가. 박 전 대표에게 조건을 제시하는 건 (박 전 대표의) 순수한 뜻에도 오히려 안 맞는다. 화합이란 용어보다는 박 전 대표와 힘을 합치는 거다. 박 전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변화의 종착역은 사람을 바꾸는 것 아닌가.

“시대 변화에 따라 요구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만일 후보가 안 되고 다른 후보가 됐더라도 바꿔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됐다고 (그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없다. 이명박은 그렇지 않다.”

―측근들이 박 전 대표 측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지 않겠나.

“측근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만일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내 측근으로 오지 못할 것이다.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안 된다.”

―당 밖에서 보던 정치권과 안에 들어와서 본 정치권이 어떻게 다른가.

“여의도 생활을 시작한 뒤 열흘 정도 지나서 느낀 것은 정치에 묻혀 세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가 세상과 민심을 많이 보는 것 같지만 실제 여의도에 있으니까 겹겹이 정치에 싸여서…. 거기에 묻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상대 후보 누가 되든 전략에 변화 없어”

―여권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아 전략을 세우는 데 불안한 점은 없나.

“누가 되더라도 거기(여권의) 색깔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본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전략을 가져가면 된다.”

―여권 후보로 누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그쪽의 전략은 뻔하다. 네거티브, 남북 문제, 지역구도 이런 것을 들고 나오지 않겠느냐.”

―남북 문제를 언급했는데 남북 문제가 이번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국민의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고 부분적으로는 정치권보다 더 높은 의식 수준을 갖고 있다. 그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 과거에는 20대 젊은층이 남북 문제에 민감했지만 지금은 20대가 온건한 보수 성향을 띠고 있어 관심이 남북 문제보다는 실용적인 문제에 더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남북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갈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국민에게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해 회담을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노 대통령에게 무엇을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할지를 사전에 요구해야 한다. 일을 저지르기 전에 국회에 대통령이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신정아 게이트’로 남북문제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도 있다.

“그것은 잘 모르겠다. 신정아 게이트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지금 정권에서 드러날지, 정권이 바뀐 뒤 드러날지 모르겠지만 간단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검찰 대선 개입 안 할 것으로 믿어”

―전현직 대통령들의 ‘대선 개입’에 대한 생각은….

“정도가 심한 상황이다.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 경우가 없었다. 또 현직 대통령이 이렇게 개입하는 것도 없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안 될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어느 정당의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 현직 대통령도 야당 후보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사사건건 대변인처럼 한 건도 놓치지 않고 논평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청와대가 이 후보를 고소했다. 왜 그랬을 것으로 보나.

“정치적 판단이 많이 고려됐을 것이다. 범여권에 있는 후보들이 경선을 앞두고 자기들끼리 정신이 없어 나를 견제할 겨를이 없으니까 대신해 나를 견제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누가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굉장히 순한 사람인데…. (범여권에서)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 공언하는데, 진짜 한 방에 보낼 거리가 있다면 그렇게 말을 안 한다. 그냥 보내 버리지. 가만있다가 그냥 보내 버리지.”

―검찰의 대선 관련 수사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검찰이 경선 막바지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이명박을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검찰이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검찰 내 일부 사람이 그렇지, 검찰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그렇게 어리석지도 않을 거고 나는 검찰을 믿고 있다.”

정리=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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