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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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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이후, 앞으로는 인터넷이 대선 표심(票心)을 장악하는 ‘슈퍼 미디어’로 군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17대 대선 투표일이 4개월여 남은 지금까지 인터넷이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도 ‘검증’받는다=2002년엔 댓글 작성이나 게시판 활동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여론을 이끌어 가는 이른바 ‘사이버 논객’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정치평론가 뺨치는 분석력을 자랑하는 글도 일부 있었지만 ‘사실 같은 거짓말’로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치중하는 글도 많았던 게 사실.
그러자 올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을 단속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때는 비방이나 흑색선전,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게시 글에 대해 선관위가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한 건수가 선거일 전 1년 동안 1만1399건이었다. 올해는 상반기 6개월 만에 2만5116건이나 된다.
선관위는 지난달 21일 공직선거법 93조를 인용해 “대선 6개월을 앞둔 시점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내용에 대해 게시·상영 등을 할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이달 27일부터는 각 언론사 사이트 및 포털 사이트 등에 댓글을 달 때는 반드시 실명 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또 선관위가 올 초 “선거운동에 관한 내용은 인터넷에 올릴 수 없다”는 내용의 손수제작물(UCC) 관련 규정을 정비함에 따라 이번 대선이 ‘UCC 선거’가 되리라던 당초의 예상 역시 한풀 꺾이고 있다. ‘판도라TV’ 마케팅 담당 전미경 씨는 “20명의 대선 예비주자를 다루는 ‘대선 UCC’ 코너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후보 캠프 외에 개인 차원에서 올리는 영상물은 적다”고 소개했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은 ‘인터넷 선거혁명’을 발 빠르게 이룬 만큼 이에 대한 규제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에서 지난해 중간선거와 올해 대선을 앞두고 UCC가 활발하게 유통되는 것은 사실상 인터넷에 대해 아무 규제를 하지 않는 미국 선거법 체계와 관련 깊다”고 말했다.
▽인터넷 언론, ‘아 옛날이여’=2002년 이른바 ‘시민기자’들의 생생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대선 정국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사실상 힘을 실어줬던 인터넷 언론의 쇠퇴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16대 대선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200여 개의 인터넷 언론사가 생겼다. 2005년 개정 신문법이 발효되며 정식 ‘인터넷 신문’으로 등록하게 됐지만 제도권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예전의 ‘거칠지만 눈길 끄는’ 콘텐츠는 구조적으로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간지 ‘시사저널’에 따르면 2002년 대선 당시 친여 성향을 보였던 ‘오마이뉴스’는 2003년만 해도 ‘영향력 있는 언론’에서 한겨레신문을 제치고 6위에 올랐으나 2006년 조사에서는 9위로 내려앉았다.
인터넷 트렌드 분석사이트 ‘랭키닷컴’에 따르면 2002년 대선 직전 오마이뉴스는 하루 평균 38만2659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올해 6월에는 하루 평균 16만1524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202개 인터넷 언론 중 69.8%(141개사)가 ‘최근 3개월 동안 적자를 냈다’고 답했다.
인터넷 매체 방문자 순위 20위권 내에 ‘데일리안’ 등 보수성향 매체가 6개나 포진하고 있는 것도 예전과 다른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보수성향이 강한 50대의 인터넷 사용률도 지난해 말 현재 42.9%에 이르렀다. 2002년 6월 조사 때 50세 이상의 인터넷 사용률은 9.6%에 그쳤다.
▽인터넷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비추는 일종의 ‘창’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선거구도가 2002년보다 밋밋하기 때문에 인터넷이 잠잠하다는 분석도 있다.
랭키닷컴이 조사한 6월 2주차 각 포털의 주당 정치기사 검색 건수는 지난해 1994만 건에서 올해는 1865만 건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회사 문지은 웹 애널리스트는 “‘대선의 해’라는 점, 유력 후보들의 검증 공방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장은 “(인터넷에서) 지지 후보 팬클럽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마니아들의 활동은 많이 늘었지만, 2002년 당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같은 독점적 팬클럽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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