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항공학교 헬기 모의비행훈련 실전처럼 ‘생생’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4km 전방 적 전차 발견, 토(TOW) 발사 준비!” 5일 낮 경기 북부의 한 평야 지역 상공. 육군의 AH-1S 코브라 공격헬기 편대가 남하 중인 적 전차 30여 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헬기 앞 조종석에서 광학조준경을 바라보며 전차 1대를 십자선에 겨냥한 뒤 조준 스위치를 누르자 발사해도 좋다는 녹색 램프가 켜졌다.》

“전방에 적 전차”… 조준경 보며 게임하듯 미사일 ‘꽝’

‘딸각’ 하고 격발장치를 당기자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대(對)전차 미사일인 토 2발이 적 전차로 돌진했다. 몇 초 뒤 적 전차는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다른 공격헬기들도 미사일과 기관포 세례로 적 전차들을 격파했다. 다급해진 적이 공격헬기를 출격시켰지만 아군 헬기의 2.75인치 로켓포를 맞고 시커먼 연기 꼬리를 그리며 추락했다.

완승을 거두고 기지로 복귀하던 중 돌연 ‘삑삑’ 하는 경고음과 함께 엔진 고장을 알리는 메시지등이 깜빡거렸다. 기체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자 추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지만 함께 탄 베테랑 조종사 덕분에 무사히 비상착륙에 성공했다.

땀에 젖은 조종복을 추스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훈련 종료”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눈앞의 대형 돔(DOME) 스크린이 꺼졌다.

충남 논산시 육군항공학교(학교장 이태만 준장) 내 과학화훈련장에 설치된 첨단 모의비행훈련장비(SFTS)는 가상현실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모의훈련장비의 내부는 수백 개의 계기판과 버튼으로 가득 찬 실제 조종석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조종석 앞으로 좌우 210도, 상하 60도로 펼쳐진 대형 돔 스크린은 실제 조종사가 탑승했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재현한다.

시동을 걸고 비행훈련에 돌입하면 고도와 속도에 맞춰 훈련장비 아래에 연결된 6개의 모션시스템이 쉴 새 없이 움직여 실제 비행하는 느낌을 만들어 내고 비행 때의 소음과 무선 교신음도 재현돼 현실감은 극대화된다.

제3비행교육대대 교관조종사인 김승기 소령은 “조종간의 민감한 움직임을 비롯해 모든 비행 조작이 실제 헬기와 똑같다”며 “이론 교육을 마친 예비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 때의 오감(五感)을 생생히 느끼고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상 여건과 교전 상황 등 각종 전술임무를 자유자재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도 탁월한 장점이다.

훈련장비 바로 옆 통제실에서는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주야간과 악천후는 물론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 환경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비상착륙이나 난기류 탈출, 야간 비행 등 훈련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또 한반도 전역의 3차원 영상뿐 아니라 야간 특수 영상, 주요 비행장 영상데이터가 내장돼 원하는 날씨와 장소를 골라 실전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뛰어나다. 육군항공학교가 보유한 AH-1S 공격헬기와 UH-60 수송헬기의 모의훈련장비 가격은 각각 149억 원과 128억 원으로 실제 기체보다 2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모의훈련 비용은 실제의 20분의 1에 그쳐 연간 84억 원의 훈련 예산을 아낄 수 있다.

육군항공학교는 모의훈련 비중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현재 2대(UH-1H 구형 훈련장비 제외)뿐인 첨단 모의훈련장비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해군과 공군도 전투기와 함정, 잠수함 등의 훈련을 실제와 똑같이 할 수 있는 첨단 모의훈련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15K와 해군 잠수함의 모의훈련장비는 대당 가격이 각각 260억 원과 270억 원이다.

논산=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화보]‘공중 보트’떴다… 국내유일 치누크 헬기 대대

각 군의 모의훈련 장비 현황
구분기종가격(원)
육군AH-1S 공격헬기 조종훈련기149억
UH-60 헬기 조종훈련기128억
UH-1H 헬기 조종훈련기37억5000만
포병 전술훈련기17억5000만
해군종합전술훈련장비(ASTT)260억
잠수함전술훈련장비(SCTT)270억
공군F-15K 모의훈련장비26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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