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같은法 위반 반복… 초유의 4연속 ‘옐로카드’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코멘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직 대통령에게 사상 처음으로 4번째 ‘옐로카드’를 꺼냄에 따라 정치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 법질서 수호의 정점이자 상징인 대통령이 4차례나 같은 법을 위반한 것은 국법질서 체계의 균열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전날 선관위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해당 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선관위의 사실상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계속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다.

▽사전선거운동위반 여부 수시간 격론=선관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4시 25분 시작된 이날 회의는 저녁으로 도시락을 먹어가며 장장 6시간 동안 이어졌다. 7일 회의 때보다 더한 긴장감 속에서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

특히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반 여부를 놓고는 선관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치열한 논쟁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도저히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9조 위반에 대해선 압도적인 다수가 위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관위원들은 찬반이 몇 대 몇이었는지는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는 고현철 위원장의 강력한 주문에 따라 함구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회의장에 들어가는 선관위원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연이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밤 10시 반경 회의가 끝나자 선관위원들은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고 “공보관에게 물어보라”고 말한 뒤 선관위를 떠났다.

▽4번째+α?=노 대통령은 선관위의 잇단 경고에 대해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어디까지가 선거중립이며, 어디까지가 정치중립이냐”며 “모호한 구성요건은 위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법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는 인식은 결국 노 대통령이 이 사안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 다시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청와대는 7일 선관위의 결정 당시 이미 권한쟁의심판청구소송이나 헌법소원 등에 대한 법률적 대응 방안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선관위의 결정을 계기로 ‘대통령 선거중립’ 논란은 선관위에 이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는 제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최소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받을 때까지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을 지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때문에 법질서 파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자칫 국민의 법 준수 의식 해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선관위의 결정이 아무런 실효성이 없음이 드러난 이상 노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반복할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이번 경우는 노 대통령이 (위반 여부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노 대통령은 헌재에서 다투면 이길 수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합법적 절차에 따라 (선거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