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다음 타깃은 손학규?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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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나와) 관계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범여권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정 안 되면 다 빼고 손학규 씨라도 ‘범여권’에 넣지 말아 달라. 그 양반이 나중에 (범여권 후보) 경선을 하고 안 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 ‘반(反)한나라당’이지. 손학규를 빼 달라고 신문에 크게 써 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 이같이 독설을 퍼부었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 ‘보따리 장사’라고 비난했던 노 대통령이 이날 “걸핏하면 보따리 들고 다니는 정치를 그만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손 전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청와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손 전 지사를 범여권 후보군에서 ‘찍어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노 대통령이 비판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근태 전 의장은 이미 대선가도에서 ‘낙마(落馬)’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공격을 받고 대선 출마를 포기한 세 사람과 손 전 지사는 공교롭게도 ‘경기고-서울대(KS)’ 출신이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유인태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당신은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고 나는 고등학교밖에 못 나와 사고방식이 다르다”며 ‘KS’ 출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전당대회도 안 하고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는 불법적 해체에 반대한다”며 “통합이 안 되면 열린우리당은 (그대로) 가야 한다. 얼마나 뜻이 좋은 정당인데”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나는 열린우리당이 선택한 후보를 지지하고, 그 후보가 누구와 통합해 단일화하면 그 단일화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어느 후보를 지명해서 그 쪽으로 힘을 몰아주는 일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현 정부 관료 출신과 친노 인사들이 만든 참여정부평가포럼에 대해선 “노무현을 지키는 조직”이라며 “나의 원칙을 지키는 것 이외에 딴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경선후보에 대한 ‘쓴소리’도 계속됐다.

노 대통령은 이 후보에 대해 “그 양반이 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해서 내가 반론으로 ‘대운하, 그거 누가 하겠나’라고 정책을 비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에 대해선 “연정과 합당을 구별하지도 못하고 비판한 정치인들은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에 대해선 “내가 손대 놓은 개혁과제이기 때문에 확실히 정리해서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 도리”라며 “공무원들이 기자들을 기피하고 몸을 움츠리고 정보를 자꾸 숨기려고 하는 것은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은 위장 탈당이다. 노 대통령은 역시 열린우리당 선대본부장이었다”며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반(反)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또 한번 선거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겠다는 점을 공표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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