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박영선의원 대정부질문서 ‘이명박 BBK의혹’ 제기

  • 입력 2007년 6월 12일 03시 00분


“상대당 후보 비방하지 마세요”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가운데)이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2001년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이재웅 의원(왼쪽)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으로 다가가 상대 당 후보를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항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상대당 후보 비방하지 마세요”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가운데)이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2001년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이재웅 의원(왼쪽)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으로 다가가 상대 당 후보를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항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11일 국회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00년 함께 사이버 증권중개회사인 ‘LK-e뱅크’를 설립했던 김경준 씨의 2001년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해 소동이 빚어졌다.

박 의원이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에 야당 유력 대선주자를 비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단상에까지 올라가 사회를 보던 이용희 국회 부의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하게 해 달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한나라당 이병석 수석부대표와 이재웅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하라. 그게 무슨 질문이냐”라고 고함치며 박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제지하려고 했다. 심재철, 박순자 의원 등은 “김대업이 또 나왔구먼” 하며 거들었다. 김희정 의원은 “별도로 기자회견을 하고 대정부 질문을 하세요”라며 소리쳤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내려오세요. 과잉충성하지 마세요”라고 자리에서 힐난했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웃으면서 “(이 전 시장 측이) 애타나 보지”라고 말했다.


촬영: 김동주 기자

▽“이 전 시장, 김경준 씨와 깊은 관계였다”=박 의원은 “검찰이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 씨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위해 미국에 보낸 주가 조작 수사기록에는 LK-e뱅크 계좌와 그 자회사인 BBK의 계좌가 수없이 나타난다”며 “이 전 시장은 LK-e뱅크의 대주주이고, 주가 조작 사건 당시 대표이사였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주가 조작 당시 LK-e뱅크 이사였던 김백준 씨가 주가 조작 회사인 BBK의 리스크 매니저(risk manager)로 근무했는데 김 씨는 현재 이 전 시장 경선캠프에서 핵심자로 활동 중”이라며 “이 전 시장의 안국포럼에서 일하는 이모 씨도 주가조작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김 씨와 미국에서 손해배상 책임과 사기죄로 서로 고소해 현재 캘리포니아 주 및 연방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미국 법원에 사기죄로 소송이 진행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고 힐난했다. 김 씨는 2001년 옵셔널벤쳐스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를 받아 미국으로 도피한 뒤 미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김경준 횡령 사건에 다른 사람이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명박 전 시장이 등장하느냐’는 질문에도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가 이 전 시장의 BBK 사건 관련 여부에 대해 언급한 것은 김 장관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김 씨가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국내로 소환되면 관련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김 씨에 대해 횡령 등의 혐의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명백히 밝혀진 사실이다”=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옵셔널벤쳐스의 주가 조작, 횡령 사건은 이미 검찰, 금융감독원이 철저하게 조사해 이 전 시장과는 무관함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 전 시장은 LK-e뱅크의 공동 대표이사였지만 해당 자본금 및 관련 계좌는 김 씨가 관리했고 옵셔널벤쳐스의 주가 조작은 이 전 시장과의 관계가 결렬된 뒤 벌어졌다”며 “김 씨가 LK-e뱅크의 계좌를 이용했다면 이는 엄연한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 전 시장은 고소당한 적이 없다”며 “이는 재판 지연을 위한 하나의 술수이자 김 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는 이날 “이 전 시장에 대한 전방위 네거티브 공세의 선봉에는 박근혜 전 대표 캠프가 있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면서 박 전 대표 측과 범여권의 공조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참을 만큼 참았다. 해볼 테면 해봐라”며 반격 의지를 다졌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영규 공보특보는 “김대업식 네거티브와 프레임이 똑같은 비겁하고 더러운 수작을 즉각 중단하라”며 “민중과 역사의 이름으로 반드시 검증 받아야 할 사람은 이 전 시장이 아니라 박 전 대표임을 엄중 경고해 둔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 대해 “진짜 반민주세력은 노무현 세력”이라며 “자신들만이 민주주의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반민주 세력이라고 편을 가르는 편견과 오만, 독선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