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 안된다” vs “영남신당 안된다”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어색한 만남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가 된 김한길 의원(오른쪽)이 9일 취임 인사를 위해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사를 찾아 정세균 의장을 만났다. 서로 자리에 앉으라며 다소 어색하게 손을 내밀고 있는 두 사람. 이종승 기자
어색한 만남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가 된 김한길 의원(오른쪽)이 9일 취임 인사를 위해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사를 찾아 정세균 의장을 만났다. 서로 자리에 앉으라며 다소 어색하게 손을 내밀고 있는 두 사람. 이종승 기자
盧대통령 vs 정동영 김근태 갈등 쟁점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이 원색적인 용어를 쓰며 설전을 벌인 데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은 통합신당 추진을 ‘지역주의 회귀’로 보고 있다.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호남-충청이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통합신당 추진은 ‘분열된 민주개혁세력 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주당과의 재결합도 포함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머릿속에서 민주당은 ‘영원한 지역당’이다.


촬영 : 이종승 기자

‘영남신당 창당설’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위해 영남신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김 전 의장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정 전 의장이 9일 친노(親盧) 인사들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평가포럼’의 해체를 요구한 배경에도 친노 인사들이 열린우리당 잔류파와 함께 ‘친노 정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9일 충북 청주시를 방문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제3자와 역사가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시하면 참여정부평가포럼은 즉각 해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 전 의장도 “나는 단 한번도 지역주의와 인연을 맺어 본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이야말로 일관되게 특정 지역에 매달려 온 분 아니냐”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해체 문제에서도 노 대통령은 “무책임하고 무원칙한 당의 해체나 와해를 반대하는 것이며 질서 있는 통합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 김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말하는 ‘질서 있는 통합’은 명분일 뿐 본심은 ‘당 사수’라고 의심한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노 대통령이 ‘당을 해체하려면 나가라’면서 ‘질서 있는 통합은 찬성한다’고 하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무게는 전자에 실려 있다는 것.

당 관계자는 “수사(修辭)야 어떻든 노 대통령과 두 전 의장 모두 정치세력의 연장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두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이 존속하는 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면 정치적 토대가 공중분해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의장은 이날 인천전문대에서 강연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할 말은 할 것이고, 탈당할 생각은 없다”며 “아직 정 전 의장과 만날 생각이 없으며 같이 움직일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욕하고 욕 듣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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