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장부터 챙긴 원자바오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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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10일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오전 10시 5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SK텔레콤 액세스연구원을 방문해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SK텔레콤과 중국 정부는 현재 중국식 3세대 이동통신 기술(TD-SCDMA)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원 총리는 방한 첫 일정을 TD-SCDMA 테스트베드 개통식 참석과 SK텔레콤의 통신 관련 기술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 중국 현지와 화상통화 시연

그는 SK텔레콤의 분당 연구시설을 40분간 주의 깊게 돌아보았다.

중국에 있는 왕쉬둥(王旭東) 정보산업부장과 휴대전화 화상통화 시연(試演)을 하는 도중에는 “화질이 아주 좋아 놀랍다”며 “왕 부장은 SK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중국의 TD-SCDMA가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SK그룹 측은 이날 원 총리에게 중국 에너지 시장에 대한 진출 및 양국 간 시너지를 위한 석유화학 설비의 공동 이용과 공동 개발 중인 TD-SCDMA 기술로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함께 진출하자는 제안을 했다.

원 총리는 구체적인 응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TD-SCDMA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원천기술을 중국이 독자 개발한 데다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의하면 앞으로 4년간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관련 투자는 10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TD-SCDMA는 화상통화와 고속무선인터넷 등 한국의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과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 ‘경제 외교’ 정평 나 있어

원 총리는 SK텔레콤 방문에 이어 오후에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우호협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인 박삼구 한중우호협회장 등과 무비자 입국 확대 등 한중 교류 활성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원 총리는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인 11일 오후에도 신라호텔에서 ‘경제4단체 주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특별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 간담회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국내 기업인 100여 명과 완지페이(萬季飛)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 등 중국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한다.

원 총리의 ‘경제 외교’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아프리카 7개국을 돌며 원유를 비롯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자원 외교’를 폈다. 2005년 4월에는 오랜 라이벌인 인도를 방문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하고 2015년까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로 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SK텔레콤을 찾아간 것을 비롯해 1박 2일의 짧은 일정 동안 잇달아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는 이번 방한 일정은 경제 분야에 대한 그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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