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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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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을 기획한 이유는….
“대통령의 뜻을 잘 안다며 여러 사람이 들어가 전한 말이 북한을 혼란스럽게 했다. 북측 인사들은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정확히 뭔지 알고 싶어했다. 북측에서는 기존의 공식라인으로는 대화가 안 된다며 노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어렴풋이 나온 것이 안희정 씨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를 화두로 한 새로운 차원의 남북관계를 이뤄내고 싶었다. 쌀 비료 주고 이산가족 상봉하는 식이라면 남북관계는 미래가 없다.”
―북측 이호남 참사를 왜 신뢰했는가.
“(북한 최상층부의) 특명을 받고 나왔으니 이 씨의 직함이 낮은 것은 상관없는 일이다. 1995년부터 지켜봤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 측근그룹의 특명을 받아 하는 일이 많았다. 실제로 이호남 참사를 만난 이후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이 성사된 과정을 보면 남북간 통로가 개설된 것은 맞지 않나. 안희정 씨도 큰일을 했는데 왜 당당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공황상태였던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통로도 뚫었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았나.”
―이호남 뒤에는 거물이 있었나.
“공개할 수는 없다. 보고서를 항상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그룹 중 한명이다. 보고서를 가지고 이 방향으로 가자고 김 위원장의 결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해 11월 9일 또는 11일에 하자고 한 ‘확정회담’에 나올 예정이었던 노동당 부부장급 60대 인사였다. 그 사람이 확정회담에서 안희정 씨를 만났다면 (특사접촉-정상회담 추진이) 쉬웠을 텐데…”
―이해찬 전 총리는 언제부터 이 일에 개입했나.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12일 이 이야기를 알았다. 이호철 대통령 국정상황실장, 안희정 씨,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 등과 넷이서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우리끼리만 이야기 하자’며 비서실장도 배제했다.”
―특사로 가는 것을 논의한 것인가.
“당시에는 그랬고 이호남 참사와도 그렇게 정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변했다. 3월 방북 4일 전에 열린우리당 차원의 방북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특사나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고 당이나 개인 차원의 방북으로 정리되는 것을 보았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알고 있었다. 이호철 실장이 그해 10월 31일 보고했다. 이화영 의원과는 지난해 12월 12일 또는 13일 만났다. 태풍으로 필리핀 세부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세안+3 정상회담이 연기돼 귀국한 직후였다. 이 실장이 배석한 것으로 안다.”
―언제부터 비선라인을 통한 특사 추진 업무에서 배제됐나.
“지난해 12월 말로, (청와대) 내부적으로 더는 추진하지 않고 공식라인으로 한다고 정리됐다. 이후 이화영 의원이 북측 인사들과 단독 접촉을 이어 왔고 그 과정에서 이 의원이 1월 31일 부로 내가 하던 라인이 아닌 북측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라인을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토사구팽이라고 보아야 하나.
“그 사람들(청와대)이 볼 때는 맞을 수도 있지만 과연 저 사람들이 토끼를 잡기는 잡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뭘 목표로 뛰고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100대 경협프로젝트의 경우 대통령에게는 물론 북측에도 설명하고 설득해 온 것이다. 평양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중도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이용당했다는 느낌도 든다.”
―국가정보원은 모르고 있었나.
“이 일과 관련된 분들은 국정원을 통해 정보를 계속 받았다. 국정원이 우리가 하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고 같이 추진한 것은 아니다. 인지한 것이다. 우리 정보를 국정원과 공유한 곳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이었을 것이다. 한편 국가기관에서 올라온 보고서가 ‘공식라인으로 하는 것이 지금 진행 중인 라인보다 낫겠다’는 것이었고 정부는 12월 말에 내가 추진해 온 라인을 폐쇄했다.”
―이화영 의원이 노 대통령의 특사 교환 및 정상회담 의지를 전달했는데 왜 북한은 답하지 않았나.
“대통령은 이 의원과 나를 보냈을 때 자신의 진의를 정확히 이야기 할 창구로 생각했다. 이 의원을 통해 자신의 뜻에 대한 답을 원한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답을 주지 못했다. 대통령이 실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에이 집어치워라’는 식으로 나온 모양이고 이호철 실장도 ‘또 당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고 들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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