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왕회장' 묘소참배…현대家에 '구애'

  • 입력 2007년 3월 22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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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2일 경기도 하남의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21일 정 전 명예회장의 6주기를 맞아 현대가(家) 자손들이 하남 창우리 선영에 모여 고인을 추모한 데 이어 이날 현대건설 출신 인사들의 별도 참배 행사에 이 전 시장이 참석한 것.

행사에는 현대건설 부사장 출신의 채수삼 전 서울신문 사장, 박세용 전 현대INI스틸 회장, 도영회 대제종합건설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4주기와 5주기 때도 각각 기일의 하루 전날과 이튿날 묘소를 찾아 참배했으나 올해는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감회로 묘소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지지율 1위 대선주자로서 한때 '대권'을 꿈꿨던 왕회장 앞에 섰기 때문.

현대건설 사장과 첫 대졸 공채사원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여년에 걸쳐 '현대신화'를 함께 만들어 낸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2년 정 전 명예회장이 창당 및 대선출마 계획을 밝히고 이를 만류하던 이 전 시장은 현대그룹과 결별을 선언한 뒤 같은 해 3월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 두 사람의 애증이 본격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 명성을 떨치던 이 전 시장은 정 씨 일가와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최근 당 안팎의 검증 공세에서 현대가와의 불협화음이 소재로 떠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 출신인 김유찬 씨는 곧 발간할 '이명박 리포트'의 가제본에서 "이명박이 어느날 작심한 듯 정주영에게 인천제철을 떼달라고 한 것이 두 사람의 결별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대선을 앞두고 최근 현대가의 일원인 정몽준 의원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당 안팎에서 돌고 있는 가운데 이날 묘소를 참배하는 자리에서도 정 전 명예회장의 리더십을 거듭 강조, 그간 불편했던 양측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이날 묘소에서 "현대그룹 시절 여러 차례 중대한 위기를 맞았는데 그럴 때마다 정 전 명예회장을 위시한 최고경영진이 현장에서 사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혼연일체가 돼 극복했다"면서 "그런 화합을 통한 위기극복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절실하다"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도 "정 전 명예회장과 함께 한 27년은 하늘이 나에게 준 축복"이라면서 "그야말로 진정한 1세대 벤처기업인"이라고 왕회장을 치켜세웠다.

이 전 시장은 참배행사에 이어 오후에는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리는 '천막당사 3주년 기념 당원화합 한마당 행사와 경기도 서남부지역 당 필승 결의대회에 차례로 참석해 '당심잡기' 행보를 계속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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