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위협 부풀렸다”…美 ‘북핵 정보조작’ 의혹 확산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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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무기급 우라늄(고농축우라늄·HEU)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 공장이 완전 가동될 경우 매년 핵무기를 2개 이상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2년 11월 의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무기 개발을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제2차 북한 핵 위기는 이런 미국의 정보 판단에 따른 대북 압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을 과장하기 위해 지나치게 정보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지프 시린시온 미국진보센터(CAP) 선임연구원은 20일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북핵 정보 판단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를 부풀린 데 이은 ‘제2의 정보 스캔들’로 규정했다.

당시 미국의 판단 근거는 북한이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조직으로부터 원심분리기 20개를 구입했고, 원심분리기 대량 제작을 위해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 수천 개를 수입했다는 두 가지 정보.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북한이 HEU 생산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부 부장관 등이 이를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으며,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북핵 위협이 확대 재생산됐다는 것. 최근 국가정보국(DNI)도 상원 군사위원회 보고에서 우라늄 농축 공장 건설 정보에 대해 ‘중간 정도의 확신’ 수준이라고 밝혔다.

시린시온 연구원은 “원심분리기 20개로 핵무기 하나를 만들려면 20년 넘게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원 군사위는 DNI 측에 HEU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판단 근거 제시를 요구한 상태. DNI의 공개 내용에 따라 제2의 정보 조작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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