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능화 대가 많이들어…부시, 美의회 설득여부 관건”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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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베이징 합의 이후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13합의 이후 한 달을 넘긴 시점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에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와 대북 포용파인 데이비드 강 다트머스대 교수를 각각 e메일로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6자회담 전망,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알려 왔다. 2003∼2005년 딕 체니 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재직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했던 프리드버그 교수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금융 제재와 같은 ‘채찍’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 교수는 “지난 수년 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박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만큼 경제적 포용만이 북한의 정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버그 교수와 강 교수를 별도로 인터뷰했지만 독자의 편의를 위해 가상 대담으로 정리했다.》

’ ―북-미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강 교수=2·13합의 초기이행 단계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사실 미국은 초기 단계에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금융 제재 해제 말고는 그리 힘든 이행 조건이 없었다. 2단계 조치에서는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 문제가 다뤄진다. 핵 시설 불능화는 돈이 많이 든다. 미국은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부시 행정부의 의회 설득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프리드버그 교수=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 줄지 의문이다. 일본 정부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예상외로 강경하게 들고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존재 여부를 문제 삼을 것으로 보는가.

▽프리드버그=그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처음엔 HEU의 존재를 인정했다가 나중에 부인했다. 워싱턴 보수파들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핵 사찰을 통해 HEU 존재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시인해도 미국이 문제 삼을 처지는 못 된다. 2002년 미국이 확보했던 HEU 관련 정보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한의 말 바꾸기가 문제라면 미국은 정보 조작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과거와 달리 과감한 대북 포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프리드버그=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라는 기본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좀 더 ‘위험한 코스(risky course)’를 택했을 뿐이다. 북한에 보상을 해 주고 압력 수위를 낮추면서 점진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라크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강=대외적인 요인보다 부시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들이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북한이 기존 핵무기를 포함한 전면적인 핵 폐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는가.

▽강=2·13합의가 중요한 것은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이 이행사항을 준수하면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야망을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것이다.

▽프리드버그=지금이든 나중이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막대한 돈을 들여 핵 프로그램을 유지해 왔겠는가. 체제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13합의를 통해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다. 핵 프로그램의 기술과 노하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북한의 외부세계 접촉을 늘리면서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강=미국과의 관계 호전이 체제 불안정을 몰고 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게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핵 프로그램을 애지중지하면서 계속 외부에 문을 닫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북한은 대미 관계 정상화를 통해 안보 위협을 줄여 나가면서 선택적 경제 개방을 추진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

▽프리드버그=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협상 파트너로 상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한 듯하다. 그러나 그를 포용하기로 했는지는 의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으로 곤경에 빠지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날 정도로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이 워싱턴의 기류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에런 프리드버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현재 프린스턴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2003∼2005년 딕 체니 부통령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 △2002년 미 의회도서관 ‘헨리 키신저 외교정책 연구위원회’ 위원장 △대표 저서: ‘미국의 반국가주의와 냉전시대 전략’(2000년)

○ 데이비드 강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박사 △현재 다트머스대 정치학과 교수 △북한 연구단체 ‘전미북한위원회(NCNK)’ 회원 △스탠퍼드대, 예일대, 고려대 방문교수 △대표 저서: ‘북한핵: 포용정책 논쟁’(2004년, 빅터 차 미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보좌관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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