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룰 갈등… 박근혜-이명박 충돌 조짐

  • 입력 2007년 3월 12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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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경선 룰' 문제를 둘러싸고 내분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활동을 종료한 당 경선준비위원회의 '7월-20만명'과 '9월-23만명' 두 개 중재안을 놓고 양대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연일 "양대 주자 중심의 경선 참여는 무의미하다"며 '경선 불참' 가능성을 거듭 내비치고 있어 이러다가 본선은 고사하고 예선을 치르기도 전에 당이 '적전분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준위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최고위원회마저 계파 간 이해관계에 매몰돼 논의과정에 난항을 겪음에 따라 당 전체가 경선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측은 12일 경준위 중재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두 주자는 일견 당헌·당규에 따른 현행 방식(6월-4만명)을 고수하고 있으나 속내는 박 전 대표는 9월안, 이 전 시장은 7월안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준위의 복수 중재안 마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룰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구태 정당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구태한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당헌·당규를 대선주자들에게 유리하게 고치자는 접근 방법은 말이 안된다"면서 경준위의 논의 과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런 접근방법은 공당으로서 창피한 일이며 (당헌·당규 개정을) 후보들의 유불리에 따른다면 그건 공당을 포기하는 것이며 사당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당헌 개정 접근 방법이 후보들이 적당히 야합하듯이 주고받고 한다면 명분도 없다"며 "당헌·당규는 한 두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고친 게 아닌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당원들에게 물어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경준위 결정이 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주자를 위한 결정이었던 만큼 박 전 대표가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경준위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박 전 대표측의 '이의제기'에 대해선 언급을 삼갔으나 측근 의원들은 "터무니 없다"고 맞섰다.

경준위 대리인으로 활동한 박형준 의원은 "박 전 대표측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다. 7월-20만명안은 우리가 주장한 것도 아니고 이견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측이 시기와 관련해 겉으론 6월을 주장하면서도 속으로 9월을 고집하며 경선연기를 주장하는데 이는 당내 갈등만 더 깊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7월안 수용 가능', '9월안 절대 불가'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손 전 지사를 비롯한 나머지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당이 박-이 두 주자 중심으로만 돌아간다"면서 "지도부마저 이런 식으로 경선 룰을 논의한다면 경선 참여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며 두 주자와 지도부를 압박했다.

대선주자 간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최고지도부는 경계령을 발동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준위 중재안이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재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일갈했고, 김형오 원내대표는 "주자들이 국민이 아니라 자기를 보고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주자들은 경준위의 결정에 대해, 또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승복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도 정작 경준위 중재안 처리 문제를 놓고는 '한계'를 드러냈다. 최고위원회가 이날 논란 끝에 경준위 활동시한 연장 방침을 확정했지만 일부 경준위원들이 앞으로의 회의에 불참을 선언해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당 혁신위원장 자격으로 현행 경선 룰을 만든 홍준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심판의 권한에 대한 간섭이 너무 심하다. 출전 선수들이 심판까지 하려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가 자기들만으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손 전 지사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혁적인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하면 국민적 관심이 줄어드는 만큼 끝까지 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한 경준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출석, 경준위 공정성 논란에 대해 "일부 위원들이 내가 표결에 참여한 것을 놓고 '편향적이다',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큰 오해다"면서 "위원장도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한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데 이걸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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