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측 "일정 따라하지마"

  • 입력 2007년 3월 11일 14시 37분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당내 경선승리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두 캠프의 일정 관리에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당 대선주자여서 표심공략의 대상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이럴 경우 서로 '끼어들기' 또는 '따라하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조직다지기를 위한 지역방문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이런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지난달 7일 '2012 세계박람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전남 여수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방문 이틀전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박 전 대표가 뒤늦게 자신보다 하루 전인 6일에 같은 일정을 잡는 바람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이 이유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5일 경북 포항에서 열린 '뉴라이트 포항연합 창립식'은 일정이 겹치자 한쪽이 포기한 경우다. 당초 두 대선주자가 나란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시장이 자신의 고향에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자리를 피했다는 후문이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에는 고의성 여부를 놓고 서로 언쟁을 벌이는 등 두 진영간의 기싸움이 더욱 달아오른다.

지난달 21일 충북 단양군의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를 찾은 박 전 대표측은 2주일 후인 지난 4일 이 전 시장이 같은 사찰을 방문하자 '물타기'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연초에는 이 전 시장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신년인사를 다니면서 모든 일정을 언론에 공개하자 박 전 대표는 이를 의식,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때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보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고향도 대구.경북(TK) 지역으로 같고 공략대상도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일정이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다녀간 뒤 비슷한 지역에서 (이 전 시장측이) 대규모로 행사일정을 잡는 것은 따라다니면서 우리의 자취를 지우개로 지우는 느낌이라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상대측의 일정을 파악하기 위한 두 캠프의 '정보전'도 당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직자나 출입기자들을 통해 상대측의 일정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두 캠프가 모두 상대측에 '첩보원'을 투입해 놓고 '감시'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떠돌고 있을 정도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박 전 대표의 일정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고역"이라며 "앞으로 경선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이런 식의 충돌이 잦아질까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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