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쇄 이행의지 거듭 표명 “국제사회 의심 눈초리 피하자”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1분


북한이 6자회담 2·13합의에 규정된 비핵화 조치를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나타내고 있다. 그대로만 한다면 4월 13일까지 완료하기로 돼 있는 핵 시설 폐쇄(shutdown)와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 협의 등 2·13합의의 초기 이행조치는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뉴욕의 북-미 양자회담에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인 원심분리기 등의 장비 도입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초기 이행조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평가가 많다.

8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파키스탄 등에서 원심분리기와 알루미늄 튜브 등을 들여왔지만 실제 우라늄 농축에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면 HEU 문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한과 미국 간에 이미 북한의 HEU 프로그램 공개,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및 핵 재처리 시설 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등의 조치를 이행하는 일정과 형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울프스털 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의 HEU 핵 개발 계획에 대한 완전한 정보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북한도 당국자의 인지 없이 관련 불법 장비가 수입됐다고 시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지난주 뉴욕의 남북 양자회동에서 핵 시설 불능화(disablement)의 개념에 대해 ‘원자로 등을 다시 가동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능화는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 관련 시설을 다시 가동시킬 수 있는 임시 조치에 불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2·13합의가 핵 시설 폐쇄 등 초기 이행조치의 다음 단계인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조치 이행에 대해선 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은 초기 이행조치 완료 시한인 4월 13일 이후부터는 미국과 핵 시설 불능화 조치 방안 등을 놓고 흥정을 하거나 조치 이행을 느긋하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하다.

한국과 미국도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을 감안해 북핵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만족하면서 6자회담을 통해 무리하게 북한을 압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의 조건으로 미국에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및 테러리스트 지원국 지정 해제를 조기에 실행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경우 북-미 간엔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선 비록 북한이 초기 이행조치에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2·13합의를 모두 성실하게 이행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국 6자회담이 순항해 궁극적으로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는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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