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 경선방식-시기 신경전… ‘선언문’ 못내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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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선 대선주자들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 5명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깨끗한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원희룡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김수한 경선준비위원장, 강재섭 대표,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고진화 의원. 김동주  기자
나란히 선 대선주자들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 5명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깨끗한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원희룡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김수한 경선준비위원장, 강재섭 대표,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고진화 의원. 김동주 기자
“경선 방식과 시기에 합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기로 공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25일 열린 당내 대선주자 조찬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선언문을 발표할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모두 공감한 것이고 여러 번 언급한 것이어서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모임 결과가 ‘합의’ 대신 ‘공감’이라는 표현으로 발표된 게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선주자들 간의 견해차가 명확히 드러나기도 했다. 대선주자들은 이날 서로 악수만 했을 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간담회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각 캠프 관계자들도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였다.

▽이해관계 따라 생각도 달라=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간담회에서 “후보 검증은 당 중심으로 해야 하고 경선 방식과 시기도 당내 경선준비위원회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기존 규정대로 6월 경선을 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뜻에 찬성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특정 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며 경선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도 기존의 경선 방식과 시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존 규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으며 (바꿔야 한다면) 전체 당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 검증에 대해서는 “경선 과정에 금품 시비나 부정 거래 등 불법이 있는 후보는 사퇴하고 관여한 사람은 출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사자가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리는 것처럼 당이 후보들의 윤리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며 “경선 규정은 여론도 참작해야 하며 한 자도 못 고친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팽팽한 신경전…선언문 발표 못해=손 전 지사는 간담회가 채 끝나기 전인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약속이 있다”며 다소 굳은 표정으로 먼저 자리를 나섰다. 그는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야기는 다 끝났다”라고만 답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당 지도부가 경선과 검증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내놓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을 고착화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손 전 지사에 이어 20여 분 뒤 간담회장을 나온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선 후보의 도덕성 검증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마음대로 안 되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할까봐 그게 걱정”이라며 “경선과 검증 모두 당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선주자 간담회는 지난해 12월 말 당 지도부 초청으로 열렸던 만찬 간담회 이후 두 달 만이다. 간담회는 오전 8시 반에 시작돼 1시간 30분 넘게 이어졌으나 사안마다 참석자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계속돼 아침식사도 9시 반이 넘어서야 시작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경선 지역별 표밭 우리가 다진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본격적인 당내 세(勢) 결집에 나서면서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별 조직 책임자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규칙에 따르면 선거인단의 절반인 50%가 당원과 대의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조직 책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의 경우 이 전 시장 진영에서는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 전 시장의 복심(腹心)인 정두언 의원이 조직을 맡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혜훈 의원과 이성헌 전 사무부총장, 김철수 관악을 당협위원장이 뛰고 있다.

부산의 경우 이 전 시장 측은 안경률 의원이, 박 전 대표 측은 서병수 김병호 의원이 나섰다. 대구는 안택수 의원과 이해봉 박종근 의원이, 경북은 김광원 의원과 이인기 김태환 의원이 각각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경기지역은 이 전 시장 측의 고흥길 이재창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이규택 의원, 전용원 구리시 당협위원장이 맞서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이 전 시장 측에서 홍문표 의원, 김칠환 대전동 당협위원장, 오성균 청원군 당협위원장 등이, 박 전 대표 측에서 강창희 최고위원, 이진구 의원, 이재선 대전 서을 당협위원장, 송광호 제천-단양 당협위원장, 윤경식 청주 흥덕갑 당협위원장 등이 나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
지역이 전 시장 지지박 전 대표 지지
서울이재오 홍준표(3선), 박계동(재선),정두언 공성진(초선)김덕룡(5선), 맹형규(3선), 이혜훈 진영(초선)
부산권철현 정의화(3선), 안경률(재선), 김희정 박승환 박형준 이성권 이재웅 (초선)김무성(3선), 엄호성 허태열 김병호 서병수(재선), 유기준(초선)
대구안택수(3선), 이명규 주호영(초선)박종근 이해봉(3선), 이한구(재선), 곽성문 유승민 주성영(초선)
인천이윤성(3선)이경재(3선)
대전 강창희(최고위원)
울산윤두환(재선)정갑윤(재선), 김기현(초선)
경기이재창 안상수(3선), 고흥길 심재철 정병국(재선), 임해규 차명진(초선)이규택(4선), 김영선(3선), 유정복 한선교 정진섭(초선)
강원허천(초선)심재엽 박세환(초선)
충남홍문표(초선)김학원(3선), 이진구(초선)
경북이상득(5선), 김광원 권오을 이상배 임인배(3선), 이병석(재선), 정종복 (초선)이인기 김성조(재선), 김태환 김재원 정희수 최경환(초선)
경남박희태(5선), 이방호(재선), 권경석 김양수 김영덕 김재경(초선)이강두(4선), 김기춘 김용갑(3선), 김학송(재선), 안홍준(초선)
명단은 각 캠프에서 밝힌 것을 기준으로 함. 비례대표 의원은 제외. 굵은 서체는 각 지역 조직 책임자.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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