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25일 열린 당내 대선주자 조찬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선언문을 발표할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모두 공감한 것이고 여러 번 언급한 것이어서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모임 결과가 ‘합의’ 대신 ‘공감’이라는 표현으로 발표된 게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선주자들 간의 견해차가 명확히 드러나기도 했다. 대선주자들은 이날 서로 악수만 했을 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간담회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각 캠프 관계자들도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였다.
▽이해관계 따라 생각도 달라=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간담회에서 “후보 검증은 당 중심으로 해야 하고 경선 방식과 시기도 당내 경선준비위원회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기존 규정대로 6월 경선을 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뜻에 찬성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특정 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며 경선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도 기존의 경선 방식과 시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존 규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으며 (바꿔야 한다면) 전체 당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 검증에 대해서는 “경선 과정에 금품 시비나 부정 거래 등 불법이 있는 후보는 사퇴하고 관여한 사람은 출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사자가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리는 것처럼 당이 후보들의 윤리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며 “경선 규정은 여론도 참작해야 하며 한 자도 못 고친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팽팽한 신경전…선언문 발표 못해=손 전 지사는 간담회가 채 끝나기 전인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약속이 있다”며 다소 굳은 표정으로 먼저 자리를 나섰다. 그는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야기는 다 끝났다”라고만 답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당 지도부가 경선과 검증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내놓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을 고착화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손 전 지사에 이어 20여 분 뒤 간담회장을 나온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선 후보의 도덕성 검증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마음대로 안 되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할까봐 그게 걱정”이라며 “경선과 검증 모두 당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선주자 간담회는 지난해 12월 말 당 지도부 초청으로 열렸던 만찬 간담회 이후 두 달 만이다. 간담회는 오전 8시 반에 시작돼 1시간 30분 넘게 이어졌으나 사안마다 참석자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계속돼 아침식사도 9시 반이 넘어서야 시작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경선 지역별 표밭 우리가 다진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본격적인 당내 세(勢) 결집에 나서면서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별 조직 책임자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규칙에 따르면 선거인단의 절반인 50%가 당원과 대의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조직 책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의 경우 이 전 시장 진영에서는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 전 시장의 복심(腹心)인 정두언 의원이 조직을 맡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혜훈 의원과 이성헌 전 사무부총장, 김철수 관악을 당협위원장이 뛰고 있다.
부산의 경우 이 전 시장 측은 안경률 의원이, 박 전 대표 측은 서병수 김병호 의원이 나섰다. 대구는 안택수 의원과 이해봉 박종근 의원이, 경북은 김광원 의원과 이인기 김태환 의원이 각각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경기지역은 이 전 시장 측의 고흥길 이재창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이규택 의원, 전용원 구리시 당협위원장이 맞서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이 전 시장 측에서 홍문표 의원, 김칠환 대전동 당협위원장, 오성균 청원군 당협위원장 등이, 박 전 대표 측에서 강창희 최고위원, 이진구 의원, 이재선 대전 서을 당협위원장, 송광호 제천-단양 당협위원장, 윤경식 청주 흥덕갑 당협위원장 등이 나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 | ||
지역 | 이 전 시장 지지 | 박 전 대표 지지 |
서울 | 이재오 홍준표(3선), 박계동(재선),정두언 공성진(초선) | 김덕룡(5선), 맹형규(3선), 이혜훈 진영(초선) |
부산 | 권철현 정의화(3선), 안경률(재선), 김희정 박승환 박형준 이성권 이재웅 (초선) | 김무성(3선), 엄호성 허태열 김병호 서병수(재선), 유기준(초선) |
대구 | 안택수(3선), 이명규 주호영(초선) | 박종근 이해봉(3선), 이한구(재선), 곽성문 유승민 주성영(초선) |
인천 | 이윤성(3선) | 이경재(3선) |
대전 | 강창희(최고위원) | |
울산 | 윤두환(재선) | 정갑윤(재선), 김기현(초선) |
경기 | 이재창 안상수(3선), 고흥길 심재철 정병국(재선), 임해규 차명진(초선) | 이규택(4선), 김영선(3선), 유정복 한선교 정진섭(초선) |
강원 | 허천(초선) | 심재엽 박세환(초선) |
충남 | 홍문표(초선) | 김학원(3선), 이진구(초선) |
경북 | 이상득(5선), 김광원 권오을 이상배 임인배(3선), 이병석(재선), 정종복 (초선) | 이인기 김성조(재선), 김태환 김재원 정희수 최경환(초선) |
경남 | 박희태(5선), 이방호(재선), 권경석 김양수 김영덕 김재경(초선) | 이강두(4선), 김기춘 김용갑(3선), 김학송(재선), 안홍준(초선) |
명단은 각 캠프에서 밝힌 것을 기준으로 함. 비례대표 의원은 제외. 굵은 서체는 각 지역 조직 책임자. |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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