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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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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외환위기 이후 여러 차례 “실패를 완전히 분석한 뒤 자산화해야 한다. 정보의 공유, 실패 사례의 기록화가 안 되니까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실패학’ 또는 ‘실패의 연구’란 말도 있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붐이 일었지만 ‘경제가 잘나가는’ 요즘도 일본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관련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장 기간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한 수 아래로 얕잡아보던 삼성전자 예찬에 열을 올리며 일본 기업들을 자극한다.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인 청와대브리핑은 22일 ‘각 분야 성적표 나쁘지 않았다-통계로 본 참여정부 4년’이라는 보고서를 올렸다. 2003년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간의 경제성과를 주로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경제성장률, 대외 수출량, 외환보유액, 주가지수 등을 예로 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가장 요란스럽게 정책을 내놓고도 뼈아픈 실패를 거듭한 부동산 분야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성장잠재력 저하나 일자리 창출 목표 실패 등 나머지 ‘나쁜 통계’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의 설명에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경제 문제를 현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절반 이하의 진실’에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 큰 문제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고 실패를 외면하면 똑같은 실패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거듭된 정책 실패의 피해자는 국민이고 나라다.
1년 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4년을 평가한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것이 국정을 위임받은 정권의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의무다.
배극인 경제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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