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마셜플랜? 당시 유럽과는 근본적 차이

  • 입력 2007년 2월 17일 03시 00분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이탈리아 동포간담회에서 마셜플랜을 언급하면서 ‘북한판 마셜플랜’ 형태의 대대적인 대북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 대한 부흥책을 뜻하는 마셜플랜을 현 북한 체제 및 대북지원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셜플랜은 당시 조지 마셜 미국 국무부 장관의 이름을 딴 것으로, 공식명칭은 마셜 장관이 1947년 하버드대 졸업식 축하연설 도중 발표한 유럽부흥계획(ERP)이다.

전후 유럽은 산업생산이 1938년 대공황 시절에도 미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살인적인 실업률과 빈곤에 신음했고 대부분의 생필품도 배급에 의존해야 했다. 이런 혼란을 틈타 소련의 공산주의 세력이 유럽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미국은 유럽 경제를 되살려 소련의 공산화를 저지한다는 ‘반소 반공주의 경제부흥정책’을 채택했다. 미국은 1948년부터 1951년까지 유럽 14개국에 130억 달러(현재 가치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했고, 그 결과 유럽 경제는 4년간 36%의 성장을 달성했다. 마셜플랜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당시 유럽 국가들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성숙했고 미국의 영향권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악의 세습 독재국가이자 인권탄압 국가인 북한에 대해 마셜플랜처럼 대규모 지원을 하는 것은 독재를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적대국이었던 독일에까지 지원을 했지만, 이는 히틀러라는 독재자를 제거한 뒤의 일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독재체제가 건재한 데다 핵무기를 갖고 있고, 여전히 대남 적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이 체제변화와 개방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원조와 경협이 이뤄지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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