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샬 플랜은 히틀러 제거한 뒤 퍼준 것”

  • 입력 2007년 2월 16일 1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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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하는 노대통령이탈리아를 방문중인 노무현대통령이 16일 새벽(한국시간) 숙소인 그란데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인사말하는 노대통령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노무현대통령이 16일 새벽(한국시간) 숙소인 그란데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북 퍼주기는 잘못이다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지원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연합
북 퍼주기는 잘못이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지원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연합
“우리가 (북한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문제를 해결해도 남는 장사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15일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균등부담원칙과 국제공조를 깰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맹비난했다.

해외 순방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포간담회에서 ‘북핵 2.13합의’에 대해 설명하며 “회담을 깨지만 말아달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지난번 북한이 마지막에 중유를 내라고 요구했을 때 한국이 몽땅 뒤집어쓴다는 우려가 많았고, 그럴 것이라고 예단하는 비판적 기사들을 썼는데 다행히 균등분할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건 깽판쳐도 된다더니…”▽

16일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5자 균등 분담의 원칙을 스스로 깰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노 대통령은) 북핵 폐기의 대가로 치러야할 국민의 천문학적 부담과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 장관급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측의 ‘다 달라’는 억지 주장을 모두 받아 줄 수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중요한 것은 남북간 대화의 방향 내용 속도 등이다. 과거의 남북관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기 관계 설정을 잘 해야 한다”며 고 지적했다.

황우여 사무총장도 “6자회담 타결 직전 북측에 남북장관급 회담 실무 접촉 제의가 오가고, 6자 회담이 끝나자마자 여권에서 남북정상회담 말이 빗발치는 걸 보니, 남북장관급 회담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수순이 아닌지 의심 된다”며 “정부는 남북한 간에 무슨 대화와 거래가 오갔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정부의 대북관계 조급증에 정략적 목적에 있을 것임에 주목하고 있다”며 “(북한의) 약속실천 여부에 관계없이 지나치게 앞서나가며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북한이 달라는 대로 다 줄 수도 있다는 말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균등부담원칙을 앞장서서 파기하겠다는 것이며, 국제공조를 깰 수도 있다는 말”이라며 “또한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깽판 쳐도 된다던 인식의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누리꾼 “히틀러에게 지원하는 마샬플랜도 있나”▽

노 대통령의 ‘다 주기’ 발언에 대한 인터넷 민심도 곱지 않다. 누리꾼들은 각 인터넷 사이트에 “북한이 민주화된 이후에 지원하라”, “국내 복지, 실업 문제부터 해결하라” 등의 비판적 의견을 올렸다.

아이디 ‘anhago’는 “마샬플랜도 히틀러가 없는 유럽을 상대로 한 것”이라며 “노무현의 말은 현재의 북한지도자가 김정일 아니라는 전제하라면 맞는 말이다. 히틀러를 제거한 뒤 퍼주기를 했던 것처럼 북한을 민주화 시키고 나서 퍼주기를 하라”고 말했다.

‘ilsong’는 “국가 외채, 가구당 평균 부채는 얼마인가, 개성공단이 국가부도를 맞을 정도로 유용하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나”라며 “젊은이들의 실업도 해결 못하면서 북한에 인심만 쓰고 빚만 늘리자니, 정도를 넘어선 선은 오히려 악”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있는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6자회담에서 북한이) 달라는 대로 주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장사”라며 “북한에 퍼주기만 한다고 비난하는 바람에 협상과정에서 말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이 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유럽이 어려울 때 막대한 원조를 했던 미국의 마샬플랜을 언급하며 “미국이 한 마샬플랜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그를 통해서 동북아의 큰 시장이 효율적이 하나의 시장으로 안정된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수 있다.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번에 핵문제를 해결했는데, 우리가 상당히 부담이 되더라도 해야한다”며 “역사의 질곡에서 해방되자는 것, 질곡을 뛰어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16일 유럽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을 면담하고, 로마노 프로디 총리와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가진 뒤 17일 새벽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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