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준비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는 15일 “정 변호사가 제출한 것은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사건 관련 자료여서 검증 없이 조사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승리위는 이 자료 복사본을 이 전 시장 측에 1부 전달했으며 언론에도 공개했다.
▽“판결문과 신문 기사가 전부”=국민승리위 이사철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원 4명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의 내용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이 전 시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판결문과 당시 신문 기사를 복사한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15대 총선에 출마해 법정 한도 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하고 이 내용을 폭로한 비서관 김모 씨를 해외 도피시킨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정 변호사는 이날 A4 용지 200여 장 분량의 원본 자료와 복사본 3부를 국민승리위에 제출한 뒤 기자들에게 “(내용이 공개되면 이 전 시장이) 무척 아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 직을 사퇴했다.
한편 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20일 정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에게 “이 전 시장이 비서관을 해외 도피시켰다는 내용은 국민의 99.9%가 모른다”며 “선거법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비서관에게 돈을 주고 해외로 도피시킨 사람이 어떻게 국민에게 표를 호소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 더 있는데 좀 더 추적을 해야 한다”며 “넓게 봐서 도덕성에 관한 것으로 당이 믿을 만한 구석이 있으면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 왜?=X파일의 실체가 공개되자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 모두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대표는 “내용을 떠나서 그런 식으로 공개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고 정 변호사도 ‘알았다’고 했다. 이번 일은 정말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고 박 전 대표와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한선교 의원이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 진영에서 우리가 조직적으로, 음모적으로 관여했다고 하는데 조직적으로 관여한 결과가 이 정도냐”면서 “음모설을 제기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불러올 ‘부메랑’을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비난 대신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은 “할 말이 없다. 이런 때일수록 당이 더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방문에 나선 이 전 시장은 전화로 정 변호사의 제출 자료 내용을 보고 받았지만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조해진 공보특보가 전했다. 그러나 일부 측근 의원들은 “대국민 사기극” “박 전 대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등 격한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변호사가 이미 ‘검증’이 끝난 내용을 들고 뭔가 중요한 새로운 것이 있는 것처럼 공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정 변호사가 박근혜 캠프 측과 상의했더라면 아마 이런 해프닝이 없었을 것”이라며 “어떻게 해서라도 이 전 시장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