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네거티브 공방’ 전면전 번지나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2일 대구를 방문하기 위해 탑승한 KTX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2일 대구를 방문하기 위해 탑승한 KTX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 사이의 ‘후보 검증’ 논란이 네거티브(비방·폭로) 공방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 경선, 정책 경선, 상생 경선이라는 3대 경선원칙을 해칠 경우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확신할 수 있는 증거 있다”=이 전 시장의 ‘X 파일’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던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 정인봉 변호사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시장에 관해 또다시 거론했다. 그는 “당 지도부와 박 전 대표가 만류해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누가 봐도 (이 전 시장의 문제에 관해)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 (내용이 공개되면 이 전 시장은) 반성할 것이며 반박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밝힌다는 것이 타당하다”며 “3월 10일경 당의 경선준비기구에 모든 내용을 넘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와 동행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기자회견은 우리와 무관하며 정 변호사는 통제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 변호사의 공세가 캠프 차원의 전략과 무관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열렸던 박 전 대표 지지 모임인 ‘아름다운 공동체’의 회의 내용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 정 변호사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이 전 시장과 관련된 부정적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이런 부정적 얘기를 통·반·리 등 하부 단위까지 전파할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알려진 회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김대업 수법’이다”=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 변호사에 대해 “욕하면서 배운다고 하더니 전형적인 김대업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뭔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 이 사안을 오래 끌고 가 낙인을 찍으려는 수법”이라며 “예고편을 때리고 기자회견까지 예고하는 방식으로 시선을 끌어 이 전 시장을 흠집 내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검증받을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정 변호사의 주장이 흑색선전으로 밝혀지면 박 전 대표도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경북도당 관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검증 공방과 관련해 “사람이라면 선거에 임하면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과정에서 그럴 수는 있다”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표 측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캠프에서 누구는 때리고 누구는 말리고 하면서 ‘치고 빠지기’식의 치졸한 수법을 쓰고 있다”며 당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최고위원들도 검증 놓고 설전=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최고위원은 “내부에서 서로 싸워서 분열과 갈등, 당의 혼란을 설 밥상에 올려놓는다면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배신하는 길”이라며 “대선주자 검증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개인이 아닌) 당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어 “검증 문제가 당내 싸움이나 혼란으로 비친다면 당이 적절하게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최고위원은 “어떤 말을 하려면 후보가 아니라 당을, 당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다는 진정성이 전해져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 검증 논란에 당 지도부가 개입하지 말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명박 열흘 만에 또 대구 찾아▼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2일 대구를 찾아 자신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설명했다. 이달 초 1박 2일 일정으로 경북 김천시와 대구를 찾아 강연 등의 행사를 한 지 열흘 만의 대구 방문이다.

이 전 시장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상가번영회 주최의 불우이웃돕기 바자에 참석한 뒤 대구은행 대강당에서 ‘선진한국국민포럼’ 주최의 세미나에서 ‘대구 경북 경제 침체 극복과 경부운하’를 주제로 연설을 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는 첨단과학 기술이 결합된 종합 예술로 경제 재도약을 견인하면서 국운 융성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 정책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세미나 기조 발제에서 “대운하 건설로 인한 사회적 총 편익은 37조4999억 원으로 사회적 비용인 16조2863억 원의 2.3배에 이른다”며 운하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의 대구 방문이 설을 목전에 둔 시점에, ‘라이벌’인 박 전 대표가 미국을 방문한 동안 이뤄진 것도 흥미로운 대목. 이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재래시장 상인들을 격려하고 대운하를 통해 지역 경제 회생에 대한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경북은 박 전 대표가 열세이긴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곳.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세 차례나 이곳을 방문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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