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신년 회견]전문가 “정책실패 외면 무책임”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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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책 차별화 거의 불가능”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라고 얘기하는데 경제정책에는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정책에 무슨 차별성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실정(失政)과 관련해 “경제에 저보다 100배나 밝은 참모들이 보좌하고 있어도 저도 놓치고 그분들도 다 놓쳤다”며 “경제 실력은 경제 이론이 아니라 열정이다.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조직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정책을 펴든 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나,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업 규제, 양극화 해소, 혁신 도시, 부동산 정책 등 집권 4년 동안 다수 여론과 배치되는 정책을 고집하다 부작용만 양산해 놓고 이제 와서 경제정책을 차별화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책임 회피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경제정책을 차별화할 수 없다고 하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5% 이상 경제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선진국 진입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실물경제 좀 안다고 해서 경제 잘한다,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를 잘한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전 세계 경제를 살린 정치인들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등) 영화배우 출신도 있고 정치인 출신도 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경제 전문가’ 이미지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에게 경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의 기대가 높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이런 국민의 판단까지 무시하며 억지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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