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특권집단과 충돌 불가피"…언론 보도행태 비판

  • 입력 2006년 12월 27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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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전 부산을 방문, 부산 북항 재개발계획 보고회에 참석하고 지역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오후 귀경길에는 경남 창원에 들러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성과보고회에 참석했다. 노 대통령이 지역 현안 점검을 위해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 4월 부산고용안정센터 시찰 후 8개월만이다.

이날 일정은 이곳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데다, 노 대통령이 이달 초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론을 '지역당 회귀'라고 비판한 데 이어 국무회의 석상에서 '차별화'등 정치 공세에 대해 "앞으론 할 말 다 하겠다"고 공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은 신당 등 정치현안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21일 민주평통 발언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할 말 다 하겠다"는 국무회의 언급대로 자신의 '표현문제'에 대해 적극적 해명 및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부산 롯데호텔에서 지역인사와 정부 관계자 등 27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부산 북항 재개발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힌 뒤 "제 얘길 하나도 못했다. 저도 본전 좀 뽑아야겠다"며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좌중에 긴장감이 감돌자 "너무 걱정말라"는 말로 안심시킨 뒤 국방.사법개혁안 처리, 균형발전 추진, 작통권 환수합의, 특권구조 해체 등 참여정부 4년간의 치적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특혜와 반칙의 시대 청산을 뜻하는 특권구조 해체 노력에 대해 "지금 얼추 다 되어가지 않았나"라고 자평하면서 우리 사회가 현재 그런 과정에서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에서는 검찰이 좀 센 편이고 정부 바깥에서는 아무래도 제일 센 것이 재계고, 그 다음이 언론이지 않는가"라면서 "특권구조, 유착의 구조를 저는 거부하고 그것을 해체해 나가자는 민주주의 발전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권을 갖고 있는 집단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권구조에 맞선 대통령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권력수단으로서 "결탁을 거부하고 부당한 공격에 항거하며 '틀렸다. 틀렸다' 그러니까 지금 싸움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이어 노 대통령은 작심한 듯 언론을 겨눴다. 노 대통령은 "왜 언론하고 싸우냐, 가만히 분석해봐라, 제가 싸우는 것인지, 무엇을 갖고 싸우는 것인지..."라며 "저는 진실하다고 본다"고 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자신이 언론에 비판적인 이유를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오늘은 '타고 간다'고 그러고 (내일은) '내려서 걸어서 간다'고 그러고, 아침 저녁으로 관점이 바뀌면서 두드린다. 그러나 할 말은 한다. (그런데) 할 말을 똑바로 좀 해라. 아침 저녁으로 바뀌지 말고, 그런 얘기"라고 설명했다.

언론에 대해 특권을 버리고, 일관된 관점에서 대안 있는 비판을 가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아직도 기업에 와서 '협찬해라, 협찬하시죠'라며 손 벌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며 "재벌 회장 구속되면, 언론사가 재미 보는 구조 위에 있지 않느냐. 이것 제가 어찌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권구조가 거의 해체된 상황이지만 아직도 언론 만큼은 재벌과 공생 또는 유착관계에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지는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상황 때문에 언론과는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다며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들이 민주평통 발언을 '막말'로 표현한 것을 거론, "제가막말을 잘 하지만 한쪽으로 보면 막말만 하는 건 아니다. 좋은 말도 많이 하지 않느냐. 오늘 많이 했다"면서 "소용없다. 내일 봐라. '노무현 막말 했다'고 날 것 아니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여기에서 여러분과 저는 기분 괜찮지 않느냐. 그러나 내일 신문보면 '이 사람 이런 소릴 했나'(라고 생각할 것)"라고 언론 보도태도를 겨냥한 뒤 "(이런 보도 태도에) 저도 깜짝깜짝 놀란다"면서도 "개혁은 착실히 한다. 저는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화제를 바꿔 참여정부의 '과(過)'로 부동산 정책을 들면서 "부동산말고 꿀릴 것 없다"며 참여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열거한 뒤 간담회를 정리하면서 다시 '막말' 얘기를 꺼냈다.

"막말을 많이 하다 보니" 인기가 없고, 때문에 "학교동기나 친척, 부산 사람들이 가는 데마다 타박을 받아 미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저 때문에 욕먹고 계시고 있지 말라. 여러분이 저 욕하는 건 참는데, 저 때문에 타박받지 말라"고 조언한 뒤 "타박주거든 '뭐, 뭐말이고' 물어는 봐달라"는 당부로 말을 맺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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