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재소장 임명안 처리' 긴박한 여야

  • 입력 2006년 11월 15일 13시 30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되면서 15일 본회의는 예상대로 결국 파행으로 얼룩졌다.

열린우리당은 그간 3차례나 무위로 그친 인준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전날 저녁부터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 중인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임명은 위헌"이라며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 본회의는 오후 늦도록 개의조차 못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2개조로 나눠 2시간씩 교대로 의장석을 '사수'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등 열린우리당의 동의안 기습 처리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도 모자란 듯 본회의장 밖에도 당직자와 보좌관 100여명으로 '인의 장막'을 만들어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이들은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오기인사 반대' 등의 문구를 쓴 종이를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 붙여놓기도 했다.

본회의장을 물리적으로 봉쇄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임채정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임명동의안의 직권상정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스스로 사퇴하기 전까지는 인사청문회와 국감 등 향후 국회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단히 배수진을 쳤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오전부터 소속 의원들을 국회 주변에 대기시킨 가운데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직권상정과 질서유지권 발동을 검토하는 등 표결처리를 위한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김한길 원내대표는 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도 국회법에 규정된 절차 중의 하나"라며 소수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원내관계자들은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몸싸움까지 각오하겠다"며 '전의'를 보이기도 했지만, 당내 일각에선 무리하게 임명동의안을 표결처리하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에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김성곤 의원은 "한나라당이 단상을 점거한 것은 잘못이지만, 우리가 몸싸움까지 하는 건 국민이 보기에 모양이 안 좋다"며 "국민이 부동산이나 민생문제에 분노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당은 좀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같은 내부기류 때문인지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소집 예정시간인 오후 2시를 3시간 이상 넘겨서도 특별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전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는 즉시 본회의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임명동의안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의장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에 앞서 먼저 청와대가 전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해 헌재소장 임명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해소해야 하는 점을 상기시킨 것.

청와대가 "국회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예정"이라며 공을 여당의 협상력에 넘긴 데 대해, 열린우리당 쪽은 청와대가 전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함으로써 행동개시를 위한 '고(go) 사인'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출장 자제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문희상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은 16일로 예정된 일본 출장을 포기했다.

한나라당내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도 여당 의원들이 일본 출장을 포기할 경우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일의원연맹의 방일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16일 오후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하기로 돼 있는 데 일방적으로 방일을 취소할 경우 외교적 실례"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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