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얘기 안했다지만…盧, DJ사저 직접 찾아가 현안 논의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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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전자방문록에 남긴 글.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전자방문록에 남긴 글.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낮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노 대통령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1시간 정도 전시실을 둘러본 뒤 바로 옆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것.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두 사람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비핵화 선언을 위반한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하며 곧 재개될 6자회담에서 분명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DJ는 “북핵 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노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 DJ는 “서민용 주택과 임대주택 등은 정부가 맡아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주고 나머지 주택은 시장에 맡기되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봄직하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정부의 주택 공급 방향도 그렇게 추진해 오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더욱 촉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날 열린우리당에서 일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찬 일정은 김대중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청와대의 요청으로 1주일 전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오찬은 ‘단순 회동’으로 지나치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 여전히 호남에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DJ는 최근 대북정책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시하고 있고, 그것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및 정계개편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DJ는 최근 “햇볕정책은 성공했다.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북핵 사태를 악화시킨 미국이 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북한 핵실험 직후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정부는 11·1 개각에서 대북 포용론자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등 ‘자주노선’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대북정책은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DJ의 햇볕정책 노선을 계승하느냐 여부가 여권 정통성 확보의 관건이 되고 있다. 여권의 주류인 호남 출신들 사이에서는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 대통령을 배제해야 한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노 대통령과 DJ 사이에 묵시적인 교감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 5일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이미 정치적 행위”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노 대통령은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DJ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DJ가 최근 ‘상왕(上王)정치’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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