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민호]‘평화’ 없는 금강산 관광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금강산 관광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대명사로 올해 8년째를 맞았지만 북핵 사태를 맞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진행된 금강산 관광 사업은 시작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자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튼 주역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금강산 관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공공의 평화사업인 금강산 관광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뢰성에 타격을 받았다. 현대의 백두산 관광, 개성 관광 사업 확대도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사업 과정상의 문제일 뿐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금강산 관광이 한반도 평화에 얼마만큼 기여했는가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된다. 금강산 관광에 대하여 나무만을 보려고 하지 말고 숲을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금강산 관광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여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여겨진다. 물론 북한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갈등 발생시 대화의 교두보로서 역할은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을 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면 갈등과 반목이 있는 국가들 간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관광 등 협력 채널을 통하여 자유로운 왕래를 추구했다. 서로의 문화와 삶을 이해해 갈등과 긴장을 서서히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정치적 개방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한반도의 경우는 어떤가. 금강산 관광은 북한과의 경제 문화 과학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늘리는 데 동기 부여가 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정치적 시스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통한 경제적 이익에만 관심을 보이고 정치적 개방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 금강산 관광이 과연 공공의 평화사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서는 금강산 관광이 평화사업이라는 명제를 위한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또 이러한 목표는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민간 경제사업으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신중하고 적극적인 외교를 통하여 북한의 정치적 시스템을 개방하게 함으로써 금강산 관광이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이 평화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 주어서도 안 된다. 먼 훗날 금강산 관광을 평가할 때 소모성 사업이 아니고 통일 비용의 선(先)투자 평화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사업 평가의 새로운 틀이 제시되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 사업의 출발점이자 향후 경협 사업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조민호 한양대 교수·관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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