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단체장 “기업 규제완화 靑직접 나서라”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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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23일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과 만나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 줄 것 등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거쳐 올해 7월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정책실장이 된 변 실장이 취임 후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보 취재 결과 강 회장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용구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4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의 한 식당에서 변 실장과 만찬을 겸한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경제 5단체장 중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해 참석하지 못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변 실장에게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전달한 뒤 △북한 핵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출자총액제한제의 조건 없는 폐지 △상법 입법예고안 중 이중대표소송제와 집행임원제 등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조항의 재검토 등을 요청했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장들의 요청에 대한 변 실장의 답변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재계는 끊임없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또 정부 여당 안에서도 이에 대해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였으나 여권(與圈)과 행정부 일각의 반대에 부닥쳐 막상 알맹이 있는 정책 변화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현 정권하에서는 ‘규제 완화’가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확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경제단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경제 관료와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제5단체장은 지난달 25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나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경제단체장들과 변 실장과의 회동은 재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규제 개혁과 관련해 복잡하게 엉켜 있는 ‘실타래’를 청와대가 직접 나서 풀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여권 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변 실장과 권 부총리가 과감하게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 경우 의미 있는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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