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선박검문 확대… 군사력동원 ‘최후 카드’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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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실험 강행 제재 시나리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 간에 대북 제재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제재는 나라별로, 또 제재 성격에 따라 시차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제재를 포함한 경제 제재 강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활동 강화에 따른 공해상 북한 선박 검문 확대 등을 먼저 실시하고 난 뒤 군사력을 동원한 제재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게 각국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북한의 핵실험 시기에 대한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일부 당국자는 조만간 핵실험이 실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북한이 대미 협상용으로 핵실험 선언을 한 만큼 2, 3개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본 뒤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핵실험 전 대북 제재 복원=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와 2000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에 대한 대가로 해제했던 대북 제재 조치를 복원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당시 해제한 조치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 자유화 △대북 농업 광업 석유 목재 및 도로 항만 관광 등에 대한 투자 △미국인의 대북 송금 제한 철폐 △미국 선박 및 항공기의 북한 입국 및 북한에서의 선적 △북한인의 대미 투자 등이다.

그러나 제재가 원상 복구된다고 해도 미국과 통상 관계가 거의 없는 북한이 단기적으로 받을 타격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가 많다.

▽핵실험 후 경제 제재=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조치 이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24개 금융기관이 취한 북한과의 거래 단절을 전 세계 다른 금융기관들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치는 북한의 핵실험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 회원국들에 대북 경제 관계의 전부 또는 일부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한 대북 제재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국도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에너지 지원과 교역, 원조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북한이 필요한 에너지의 80%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해 북-중 교역 규모는 15억8000만 달러로 북한 전체 대외 교역의 48%에 이른다. 북한이 해외에서 도입하는 식량의 3분의 1가량이 중국에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중국은 지난해 북한에 4200만 달러의 무상 원조를 했다. 따라서 이 같은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북한은 체제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중단 검토=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 먼저 경제 제재를 취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핵실험을 하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문이 나오게 되고 이에 따라 우선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민간 대북 교역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뒤 북한의 반응을 봐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의 축소나 중단도 단행할 수 있다.

그러나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취해 온 대북 정책의 기조를 볼 때 다른 남북 교역은 중단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PSI 활동 강화=미국과 일본은 최근 한반도 주변 공해에서 핵 관련 물질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군비통제연구실장은 “공해에서의 검문이 자유 항해권을 침범한다는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도 어떤 나라든 상무(商務)협정을 맺고 있는 다른 나라의 선박에 대해선 공해에서도 검문을 할 수 있는 국제법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 시 공해상 선박 검문 및 나포가 가능한 유엔 안보리 결의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상무협정과 관계없이 북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전면적인 검문과 나포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한국에 PSI 참여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군사 제재=유엔헌장 7장 42조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가 평화를 위협하거나 파괴한 국가에 대한 경제 또는 외교 관계의 중단을 통한 제재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육해공군에 의한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력을 동원한 대북 제재가 본격 논의되는 시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한 대북 제재 결의문을 채택한 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결의문이 통과되더라도 무력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북한이 핵무기나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핵 제거를 위한 군사 공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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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시설, 상업위성이 낱낱이 보고있다

구글 지도검색 등 손바닥 보듯… 北 “차라리 공개” 택한듯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발표는 상업 위성이 정밀 관측 능력을 갖춰 핵 관련 시설이 낱낱이 노출되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8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과거 핵 보유 국가들이 핵실험 준비 상황을 비밀에 부쳐온 것과 달리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핵 노출증(atomic exhibitionism)’을 보이고 있다”면서 “날로 발전하는 위성기술 때문에 핵시설을 감출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공개하자는 전략으로 돌아선 듯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과거에 군사첩보 위성이나 북한 핵시설을 관측할 수 있었지만 상업위성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는 누구나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일반인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CNN 인터넷 사이트가 제공하는 위성 지도검색 서비스를 통해 북한 내 핵실험 장소로 거론되는 6, 7곳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위성사진 제공 사이트 ‘지오아이’는 지상 482km 상공에 쏘아올린 상업위성 ‘오르뷰3’를 통해 이미 7월 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지하 핵시설장 입구와 핵실험 장비가 보관된 인근 건물을 식별해 냈다. 구글의 위성 지도검색 프로그램인 ‘구글 어스’도 북위 41도, 동경 129도 지점에서 길주군의 핵시설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위성사진 사이트들은 3차원 이미지 전환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마치 군정찰기를 타고 목표물에 접근하는 느낌으로 핵시설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앞으로 1, 2년 동안 차세대 상업위성이 속속 발사된다는 사실에 주목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지오아이는 이르면 내년부터 최고 해상도가 현재 1m(지표면의 1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밀도)에서 15cm까지로 대폭 향상된 위성사진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정도면 움직이는 자동차가 승용차인지 트럭인지도 정확하게 식별해 낼 수 있다.

위성이 궤도를 순환하면서 해당 지점을 촬영하는 주기가 3일에서 1, 2일로 단축돼 핵실험 준비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노출된다는 점도 북한 지도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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