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원들, 盧대통령 “국회 FTA 특위 논쟁뿐” 발언 성토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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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따금씩 한번 (회의) 열어 가지고 (정부에) 서류 보자고 하고 안 보여준다고만 논쟁할 뿐이다. 실제로 일주일마다 회의를 하지도 않고 느긋하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별위원회를 공개 비판한 이 발언이 FTA 특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29일 열린 특위 회의에서는 여당 의원까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소리 높여 성토했다.

특위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홍재형 의원은 이날 “7월 말 특위 구성 이후 매주 회의를 열고 있는데 대통령이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특위가 게으르고 형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한 것은 위원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포문을 열었다.

홍 의원은 “노 대통령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말씀하시니까 국민 신뢰도가 자꾸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당 의원으로서는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도 서슴지 않은 뒤 “(이 발언이) 대통령의 상상에서 나온 것인지, 허위 보고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이에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통령에게) 잘 보고를 드렸어야 했는데 할 말이 없다”며 “자세히 충실하게 보고를 드리겠다”고 사과했다.

김 본부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특위 위원들의 책임 추궁과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 토로가 이어졌다.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외교부가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답변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할 때 여당과도 충분히 논의하지 않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는데, 난데없이 (노 대통령이)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FTA를 두고 이렇게 불협화음을 낸다면 도대체 협상이 어디로 가겠느냐”면서 “대통령이 국회의 역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데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한미 FTA 졸속 추진에 대한 사과나 대책 없이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대통령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회의장이 노 대통령 성토장으로 변하자 홍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해명 정도로 충분하다고 맞서 이날 회의는 다시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공식 사과를 하지 않으면 특위를 진행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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