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골프장 南기업과 이중계약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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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의 중견 부동산개발업체와 개성지역에 대규모 리조트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 장기 토지사용계약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지역은 이미 현대그룹이 2000년 북한과의 계약을 통해 토지사용권을 확보한 2000만 평의 일부여서 이중계약 논란 등 파문이 예상된다.

또 북한이 개성 개발사업과 관련해 다른 남측기업과 계약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일각에서 우려해 온 ‘현대그룹 배제’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대구지역 부동산개발업체인 유니코종합건설은 개성공단 개발지역에 대규모 리조트를 건립하기 위해 50년간 토지 140만 평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4000만 달러(약 380억 원)를 지불하는 내용의 토지사용계약을 올해 초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체결한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유니코종건은 계약액 40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를 ‘농업생산 지원자금’ 명목으로 현물 형태로 이미 북측에 지급했으며, 착공 시점에 200만 달러를 추가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 양측은 나머지 3600만 달러는 공사가 진행되는 단계별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토지사용료는 평당 28.57달러로 현대그룹 계열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1단계 100만 평 개발사업 당시 철거비 등의 명목으로 지불한 평당 16달러보다 79% 비싸다.

윤종일 유니코종건 사장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성공단 내에 36홀 규모의 골프장과 호텔, 위락시설 등 가족형 레저타운을 만들 계획”이라며 “이르면 내년 초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윤 사장은 “5년여 전부터 대북지원사업을 해 오다 북측과 친분이 있는 인사에게서 사업 제안을 받았다”면서 “아직 우리 정부 당국의 승인은 받지 않았지만 통일부 및 현대 측과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측은 개성공단 개발을 포함한 ‘7대 사업권’에 대해 북한에 이미 4억5000만 달러를 지불했기 때문에 유니코종건과 북한의 계약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골프장 사업에 대해서는 금강산관광특구에 골프장을 건립 중인 에머슨퍼시픽과 공동 개발하기로 2004년에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며 “현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기업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남측 기업들은 통일부의 승인을 얻은 사안에 대해서만 북한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니코종건 측이 올해 4월 사업권 문제와 관련해 질의를 해 와 현대아산과의 사업권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으며 최근에도 이 같은 점을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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