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행정관 상품권 선정개입 의혹…상품권 업체 대표와 친분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코멘트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권모 씨는 K사가 경품용 상품권 업체로 지정되는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을까.

청와대는 25일 “권 씨가 청탁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권 씨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점을 고려할 때 권 씨의 비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권 씨와 절친한 K사 대표 최모 씨의 남편인 양모(국세청 직원) 씨가 청와대와 국세청의 조사를 받은 직후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이상한 대목이다.

K사는 지난해 12월 27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상품권 업체 지정 심사에서 탈락했으나 올해 2월 21일 상품권 발행사로 지정됐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권 씨가 양 씨를 통해 K사에 상품권 발행과 관련된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1만5000주의 실제 주인은=K사에 따르면 권 씨의 어머니는 1997년부터 K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80대로 알려진 권 씨의 어머니가 비상장기업인 K사의 주식에 투자했을 가능성보다는 권 씨가 어머니의 이름을 빌려 K사의 주식을 소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 씨는 이 주식이 최 씨의 차명 지분일 뿐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민간인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 씨와 K사 대표 최 씨, 양 씨가 10여 년간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최 씨가 “권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말한 것도 의도적으로 권 씨와의 관계를 숨기려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권 씨는 누구=권 씨는 1977년부터 세무공무원으로 일했다. 권 씨는 국세청 내에서 각종 제안을 많이 해 ‘제안왕’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는 1999년부터는 국세청의 민·관·학 합동연구모임인 ‘세정연구회’ 대표로 활동했고 2001년 8월 부산 경성대에서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조세정책연구’라는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부산 모 세무서에서 근무하다 2004년 3월 청와대 민원제안실에 빈자리가 생기자 파견 근무를 시작했다고 청와대가 25일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권 씨가 어떤 경위로 청와대에 파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靑 ‘정책적 오류’ 규정 다음날 첩보입수▼

“참여정부에서는 권력형 게이트 결코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된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여권 실세와 측근 개입설 등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없다. 사실무근이다”는 말로 일관했다.

그런데 이 실장의 발언을 무색하게 하는 사실이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청와대 행정관 권모 씨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와 연루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밤 부랴부랴 “경품용 상품권 지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첩보에 따라 민정수석실이 자체 조사를 벌인 것은 사실이나 불법행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 실장의 이날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실장이 민정수석실의 행정관에 대한 조사 사실을 적어도 국회에는 보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권 씨에 대한 첩보는 21일 접수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스캔들 수준은 없다. 걱정하지 말라”며 ‘정책적 오류’라고 규정한 바로 다음 날이다.

청와대는 첩보를 입수한 지 닷새 만인 25일 권 씨를 국세청으로 전출시켰다. 권 씨 개인의 문제이지 청와대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청와대는 “검찰에 통보하는 데 청와대 직을 유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